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ra Feb 22. 2024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두 번째"시작하며

두 번째, 갑진년 그림일기를 시작하는 상념

간밤에 눈이 표현하기 벅찰 정도로 많이 내렸다. 커튼을 열고 바깥을 보니 온 세상을 정복한 겨울왕국이 펼쳐져 있다. 마당겨울왕국의 백성들 모두 온몸으로 마음 다해 "하양 왕"을 받아들이고 있다.

"왕이 아니라 백성이 먼저일세~~"

나는 긴 작대기로 나무에 앉은 눈을 털어낸다. 초목들은 그제야 고맙다는 듯 무거운 어깨를 화들짝 펴고 굽었던 허리도 편다. 저린 팔을 흔들어대며 밤새 짓눌렀던 무게를 털어내고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무서운 "하양 왕"에게 순종하며 견뎌온 정원이 이번 겨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설국을 위해 희생했던 것이다.

몇 해를 되풀이하며 겪어 본 마당정원은 같은 듯하지만 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아둔한 사람이기에 기억 못 해 그런 것이 아니라, 어제의 초목은 벌써 오늘의 초목과 다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듯 고개 살짝 내밀고 올라온 이름 모를 "촉"들은 작년 그 아이들이 아니다.

새롭기에 다시 쓸 수가 있다.

작년, 그림일기를 시작하며 정원 곳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120 여화를 넘기다 보니 매거진이 너무 무거워해, 두 번째 매거진을 발간하기로 했다.


더불어 나의 브런치 상점도 찬찬히 돌아보았다. 매거진도 여러 권 되고 브런치북도 몇 권 된다. 사실 나의 브런치 샵을 볼 때마다 "우리 가게는 시골장터에서 장날 온갖 물건을 펼쳐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너저분한 만물상은 아닌가?" 때로는 여러 물건을 짊어지고 장터를 찾아다니는 괴나리봇짐장사꾼은 아닌지 생각들 때도 가끔 있었다. 보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고 다양한 물건, 명품들뿐 아니라 때론 비슷한 상품조차도 품격 있어 보이는 백화점 수준은 절대 아닌 듯하다. 그저 힘에 부칠정도로 커다란 봇짐에 온갖 물건을 싸서 이고 지고 장날을 찾아다니는 시골장날 펼쳐놓은 봇짐장사 수준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 모락모정감精感 다정하게 올라온다.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한 때 장터에서 장사를 하셨었다. 장날 이른 새벽이면 당신의 몇 배 되는 짐을 머리에 이고 비스듬한 내리막 외길을 걸어가실 때 촐랑거리며 따라가기도 했었다. 일찍 와야 좋은 자리 잡으신다면서  자리를 잡고 여러 물건을 펼쳐놓으시곤 하셨다. 필요한 것들을 찾아 사는 사람들, 사지는 않더라도 이것저것 뒤척이며 구경하고 다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웠고, 좋아하던 우묵콩국을 먹을 수 있어 더 좋았다. 그런 추억을 회귀시킬 수 있는 나의 잡화상 브런치가게는 소중하다.


"이번기회에 깔끔하게 정리를?" 이래 저래 생각해 보다 "아직은..." 마음을 접는다.

부족해도 아직 많이 써야 할 초보작가이기 때문이다. 브런치입문할 때 생각이 난다. 합격되고 정말 기뻤다.

마냥 즐거워 뭐든 계속 쓰고 싶었다. 브런치를 이제 시작하시는 작가님들이 이 글을 본다면 외람될지 몰라도 많이 쓰시라고, 무엇이든 열심히 쓰시라고 말해 드리고 싶다. 작가作家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쓰고 사람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던 못 얻었든 간에 써내야 하는 사람이야말로 스스로에게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도 쓰는 것에 굶주려 있는 하이에나인지 모른다. 그리고 쓸 것을 찾아 헤매는 것도 싫지 않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할 뿐이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두 번째"도 자연과 공감하는 정원생활을 통해 사소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하며 만물을 온유하게 바라보는 자연의 품격을 닮아가는 일상을 소개할 것이다.

작년보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정원을 공부하며 연구해보고 싶은 계획도 가져본다.

함께 할 도구들은 하네뮬레 A4 스케치북과 캔손 몽발수채화지에 라미 만년필로 스케치하고 채색은 파버카스텔 색연필과 까렌디쉬 네오컬러 2 수성 크레용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유가 되면 작년에 배웠던 보태니컬아트로 정원의 꽃들과 식물을 표현할 계획도 가져본다. 주 1~2회 발간 예정이며 계절마다 특별 기획도 구상해 본다.

정원 안에 사는 생명들은 늘 같아 보이는 자연 속의 초목생명들이지만, 사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아름답게 자라나며 성숙해져 영감을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부각하는 것이 조촐한 정원지기의 소명이 아닐까 싶다.

자연 속의 살아있는 정원의 변화되는 일상을 더 많은 독자분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도 심어보며 갑진년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두 번째" 매거진의 문을 열어간다.


       개나리는 금방 필 것이다 (보태니컬 아트 첫 작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