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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26. 2024

무거운 겨울 옷을 벗겨주었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2권 5화

오늘은 마당일 하지 말고 밀린 글을 쓰리라 작정했지만, 아침운동 후 여지없이 정원에서 두어 시간을 보내고 만다. 앞쪽에 있는 온실용 텃밭에 거름을 줬는데 오늘 보니 사건이 벌어져있다.

아무래도 솜이가 설사를 많이 한 듯...

솜이는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었다. 오늘 아침에 밥을 주니 어제보단 확실히 먹지 않았다. 아무래도 큰 병이 걸린 것은 아닌지... 어제 먹은 것을 내보낸 것이다. 길냥이들을 돌보다 보니 냥이들 치다꺼리도 해야 한다.

삽으로 치운 후 유기비료도 주고 흙을 뒤집혀 놓았다.


옆에 흙에 파묻힌 명자나무 화분이 보인다. 흙을 파내고 화분을 옮기려 하니, 겨우내 뿌리를 내렸는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삽으로 분 바닥을 파주니 흔들거린다. 분을 파내고 보니 뿌리가 많이 자랐다. 할 수 없이 가위로 삐져나온 뿌리를 잘라준다. 벽돌 놓고 사각현무암을 올려 앞정원에서 패어낸 작약분과 명자나무분을 올려놓으니 보기 좋다. 동네가 워낙 추워 아침저녁으론 영하로 되기도 해, 나무보온재를 제거하지 않았는데 이젠 옷을 벗겨달라고 얘기라도 하듯, 나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마당 정원의 나무들은 옷을 벗겨주었다.

"겨울은 노숙자 복장으로 견뎠지만, 맞이하는 봄은 네 생긴 대로 아름답고 자유롭게 멋지게 살아보렴 ~" 잠복소들을 벗겨주며 반가워하는 겨우내 갇혀있던 나무들의 촉촉해진 몸매를 어루만져 본다.

호스를 연결해 처음으로 전체 목욕도 시켜주니, 정말로 봄이 온 듯하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작년보다 좀 더 늦게 찾아온 것 같기도 하고 정원의 모습도 색다르다.


작년가을에 흙을 새로 덮어 온 마당이 누렇긴 하고 흙에 덮인 구근류들이 제대로 못 올라오는 곳도 많지만, 올해가 지나면 오히려 다져질 것이고 초목들의 뿌리도 더 든든해질 것이다. 유기비료도 뿌려주면서 호미로 주변을 덮어주다 보니 여기저기서 흙속에 여린 촉이 올라온다.

어떤 아이는 부러지기도 하고... 5센티 이상의 흙이 덮였나 보다. 잔디는 아예 올라올 생각도 하지 않으니 올해 올라오지 않으면 새로 심어야 할지 어쩔지도 고민이다. 그래도 마당에 흙이 많아 다져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미래를 위해 작금의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는 자연 속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자연은 언제라도 되돌려 준다는 것이, 때론 무심히 흘려보내기도 해야 하는 인생의 법칙과는 다르다.


생명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이렇게 여린 촉들이 제 몸의 보다 두꺼운 흙무덤을 비집고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방이 깜깜하게 막히고 옴짝달싹 할 수도 없는 갇힌 몸에서 이 아이들은 암흑을 바라보지 않고 흙을 뚫고 비치는 태양만을 바라보는 듯, 새싹들은 희망으로 살아나나 보다.

기어코 나오고 마니까 말이다.

다음 주에는 야채온실을 꾸려 채소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경이로운 봄이 아닐 수 없다.

~ 2024년 3월 14일 목요일 햇살은 맑고 일하기 좋은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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