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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r 20. 2024

하얀 눈과 함께 온 새 생명 ~

삼색이가 간밤에 아가를 낳았습니다 ^^

오늘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는 했지만, 하얀 눈이 제법 쌓일지는 몰랐다. 이른 아침 어제 옮겨 심은 튤립이 괜찮은지 확인한다. 작년 초겨울 처마밑에 심어둔 튤립들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데 비 오면 낙숫물이 너무 떨어져 열 촉을 패어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화분주위를 짚으로 둘러주긴 했는데, 튤립사이로는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

"이만하면 해가 나면 녹으리라 ~ 괜찮을 거야" 다독이며, 밥 달라는 냥이들을 돌본다.


그런데 삼색이가 뭔가 이상했다. 자세히 보니 배가 조금 줄어든 것 같고 엉덩이 쪽이 젖어 있었다.

"설마?" 고기와 밥을 넉넉히 비벼준 후, 야외 싱크대 밑으로 옮겨준 삼색이(솜이의 전용집이긴 하다) 집 커튼을 제치고 폰플래시를 켜서 보니 아! 뭔가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간밤에 새끼들을 낳은 것이다.

아기 냥이들이 놀랄까 봐 자세히 볼 수 없어 사진 한번 찍고 금방 플래시를 껐다.

"삼색아! 간밤에 큰 고생을 했구나 ~ 날 추운 줄만 알았지, 네가 아기를 낳은 것은 몰랐네~~"

고생했다고 얘기라도 하듯 삼색이는 옆에서 비벼댄다. 모두들 잠든 고요한 밤에 저 혼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 것이다. 미안하기도 대견하기도 해 얼굴과 등을 쓰다듬어주니 골골거린다.

삼색이도 재작년 겨울, 우리 집에서 태어나 아직 만 두 살도 안 됐는데, 벌써 두 번째 출산을 한 것이다.

작년여름에는 어디서 출산한 후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다들 어디론가 가고 남은 아이가 바로 솜이다. 그렇게 솜이와 삼색이 모자는 다정히 지금까지 지내고 있는데 삼색이가 또 임신을 한 것이다.

길냥이들의 삶이 그렇겠지만, 그래도 삼색이는 이 집이 제집인 것처럼 어디로도 떠나지 않고 머물고 있으니 함께 살고 있는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작년 여름새끼들을 데리고 올 때는 염려도 많이 했지만, 길냥이 역시 자연의 일부라 자유롭게 살 것이라 생각하고 그저 집으로 찾아오는 생명은 내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돌보고 있다. 길냥이들을 돌보면서 "내려놓음"과 "미리 걱정하지 말 것" 등 익히 알고 있던 삶의 철학?을 실천, 수행하는 것까지 배우고 있으니 우리 길냥이들이 밥값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삼색이는 식사를 맛있게 하고 아기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아침 운동을 마친 후 삼색이 집이 안전해 보이긴 해도 혹여라도 강아지들이 마당에서 놀 때 염려가 되어 돌판으로 입구를 살짝 가려줬다. 집 앞으로 다녀도, 비닐커튼을 열고 안을 들여다봐도 삼색이는 경계하지 않는 표정이다. 이렇게 온전히 신뢰하는데 돌봐주지 않을 수 없는 마음, 사람이나 동물이나 뭐든 제 하기 나름이다.

오히려 삼색이는 뭐가 아쉽기라도 한지 요구하는 표정이다.

"그래 ~ 산후조리를 해야지" 황태를 물에 불려놓고 비싸게 샀던 동결건조황태 칩을 줘도 솜이도 삼색이도 별로 반기질 않는다. 고양이캔 통조림을 덩어리채로 주니 먹는다. 황태는 깔끔? 하게 비려서 인지, 냥아이들은 고양이전용 참치캔을 좋아하는 듯하다. 

그래도 황태를 푹 끓여 고기와 함께 간식으로라도 먹도록 해야겠다.

삼색이 아기들이 몇 인 지도 아직 모른다.

새끼냥이들이 발발거리고 온 마당을 헤집고 다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도 적절하게 조절될 것이라 여기기로 한다. 우리는 그저 생명의 주관자께서 펼쳐가는 일에 일부분의 담당자로 택함을 받았을 뿐 아닌가.


하얀 눈과 함께 찾아온 새 생명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제 할바대로 자유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올봄 꽃샘추위는 왠지, 마당을 채우고 있는 생명들에게 보약 같은 거름이 되어, 찾아온 봄과 함께 펼쳐질 형형색색  생명의 신비를 아름답게  것 같은 기대감을 안겨주는 아침이다.



꼬물이들 다섯 마리는 되는 것 같다 / 간밤에 고생하고도 즐겁게 식사하는 삼색이

삼색이 집 앞을 가려 주었다 / 온실집에서 알아서 쉬고 있는 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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