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만 해도 자그만 꽃몽오리만 틀고 있었는데, 얼굴을 펴고 일 년 만에 "안녕"하며 고개를 들었다.
불과 하루 이틀사이, 아이들은 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큰 얼굴을 방긋거리며 환한 인사를 한다. 흙에서 "안녕"하며 올라오던 구근과는 다르게, 날아다니는 하얀 얼굴은 온 마당을 훑으며 인사한다.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한 걸 알기라도 하듯 정원 무대 곳곳 돌아가며 화려한 군무로 수놓고 있다.
또 하나,
마당에 하얀 눈이 내렸다.
아무리 더워도 녹을 수 없는 봄 눈이 한 움큼씩 소복소복 뭉쳐 하늘로 날아다니고 있다.
수만 년 녹아본 적 없는 순순한 소망, 푸르름 속 청순함과 맑은 영혼의 자유로움을 한껏 풀어헤치며 마당 구석구석을 씻어내고 새로이 채우고 있다.
무성해질 초록으로 뜨겁게 힘들어질 여름이 문 앞에 있다지만 흔들리는 하얀 몸뚱이는 위로와 용기의 다정한 향기로 영혼을 채워준다.
해마다 그랬듯, "올해도 잘 될 거야" 한 잎 한 잎 나부끼는 바람 속 향긋한 편지로 소식을 전한다.
다시 하나,
하얀 모란은 365일 일 년 내내 요맘때 한주정도뿐이다.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한 해 내내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른다. 자연을 사랑하고 모란을 아껴주는 많은 벗들에게 말이다.
아니, 그보다 가장 서운해할지도 모를 모란 때문이다.
한 해의 소망과 용기와 위로로 곱게 접은 하얀 편지에 다정한 향기로 봉한,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 줄 자신의 꿈을 지금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