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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Apr 23. 2024

 "딩동"편지 왔습니다!

모란의 편지

하나,

사흘 전 올해의 첫 모란꽃이 피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자그만 꽃몽오리만 틀고 있었는데, 얼굴을 펴고 일 년 만에 "안녕"하며 고개를 들었다.

불과 하루 이틀사이, 아이들은 내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큰 얼굴을 방긋거리며 환한 인사를 한다. 흙에서 "안녕"하며 올라오던 구근과는 다르게, 날아다니는 하얀 얼굴은 온 마당을 훑으며 인사한다.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한 걸 알기라도 하듯 정원 무대 곳곳 돌아가며 화려한 군무로 수놓고 있다.


또 하나,

마당에 하얀 눈이 내렸다.

아무리 더워도 녹을 수 없는 봄 눈이 한 움큼씩 소복소복 뭉쳐 하늘로 날아다니고 있다.

수만 년 녹아본 적 없는 순순한 소망, 푸르름 속 청순함과 맑은 영혼의 자유로움을 한껏 풀어헤치며 마당 구석구석을 씻어내고 새로이 채우고 있다.

무성해질 초록으로 뜨겁게 힘들어질 여름이 문 앞에 있다지만 흔들리는 하얀 몸뚱이는 위로와 용기의 다정한 향기로 영혼을 채워준다.

해마다 그랬듯, "올해도 잘 될 거야" 한 잎 한 잎 나부끼는 바람 속 향긋한 편지로 소식을 전한다.


다시 하나,

하얀 모란은 365일 일 년 내내 요맘때 한  정도뿐이다. 

함께 나누지 못한다면 한 해 내내 미안함과 아쉬움이 남을지도 모른다. 자연을 사랑하고 모란을 아껴주는 많은 벗들에게 말이다.

아니, 그보다 가장 서운해할지도 모를 모란 때문이다.

한 해의 소망과 용기와 위로로 곱게 접은 하얀 편지에 다정한 향기로 봉한,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 자신의 꿈을 지금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딩동" 벨소리와 함께 방문한 우체부 아저씨께 소중히 부탁드려 본다.




p.s. 김용호시 조두남곡 김신자 님이 부르는 "또 한송이 나의 모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H7Q8muwu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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