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기대감까지 버리는 것이 인생면역력이다

by opera

며칠 전 별이와 솜이가 아침 잘 먹고 나가서는 며칠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고양이라 "특별히 마음 주고 돌보진 않아야겠다"결심하며, 정원의 날아다니는 꽃답게 다가오면 돌봐주고 나가는 자유는 막지 않으리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삼색이도 떠나고 올여름 호프마저 떠난 후라 이제 남은 세 녀석, 아비 솜이와 별이 앵두에게 은근히 더 정이 들고 마음 쓰게 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별이는 고양이 간식에도 익숙해져 하루에 두어 번 간식 주는 시간이면 눈을 지그시 감고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앵두는 아예 식구들에게 들러붙어 집냥이로 자리 잡고 있지만, 뭉툭하고 짧은 꼬리를 가진 별이도 애교 떨며 앙앙거리며 따라다니니 자연스레 마음 갈 수밖에 없게 집사를 세뇌시켰다.

신경 쓰고 보살피는 만큼, 저희들도 "이젠 어디로도, 고양이 별로도 안 가고 곁에 있겠어요"다짐이라도 한 듯 아침저녁으로 앙앙거리며 반기면서 마당에서 날아다니던 녀석들인데 추운 겨울날 며칠 사라져 버린 것이다.

때가 되어 독립한 걸까? 어디 동네 구경이라도 간 건가? 저희도 여행을 간 것일지도 몰라 생각하다, 이렇게 빨리 나갈 줄 알았다면 아침밥 줄 때 고기라도 더 줄 걸... 이런저런 아쉬움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어 냥이와의 유대감이 이리 컸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흘 되는 오늘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냐옹 냐옹"

"여기 왔어요. 별이와 솜이 여기 있어요~~"

어디 다니다 왔는지 초췌한 몰골로 밥 달라고 인사한다.

반가워 밥을 먹이면서 "나가서 시장조사라도 하고 왔니?" 말을 걸어본다.

어쩌면 하찮을 수도 있을 길냥이에게까지 정을 주고 다정한 마음으로 오래 살아가기를 바랐던 기대감이 보이지 않게 마음 한 구석을 잠식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다.

순수한 생명들이 모든 것을 벗고 비워낸 후 온전한 제 실체를 꺼풀 없이 드러내는 이즈음, 가득했던 욕심의 찌꺼기들, 희망이라는 미명하에 마음 어느 구석에서 포진하고 있었던 어리석은 꿈들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과감하게 꿈틀거리고 있음을 본다.


예측하고 있다며 자신 있어 하지만, 언제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른다.

때로는 기대한 대로, 때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간지사 사필귀정에 호사다마도 될 수 있고 전화위복이나, 고진감래로 풀어진다면 좋으련만, 새옹지마 아니어도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살아 나갈 이 얼마나 될까...

그 모든 흔들림 속엔 기대감이 버젓이 바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말하듯, 잘 풀린다고 여유 있게 흐뭇해할 것도 아니고, 잘 풀리지 않는다고 안달하며 주저앉아 한탄할 필요도 없다.

가는 길도 돌아오는 길도 내가 택하고 갈 수 있다.

다만 동기와 결과에 대한 기대는 과감히 비우고 순간에 몰입하고 할 바를 하면 된다.

욕심화석이 되어버릴 기대감을 떨쳐버리는 것이, 자꾸만 주저앉는 인생면역력을 잡아당기며 추스르고 담담하고 단단하게 올려가는 길이다.


초록이 좋은 계절

집 안의 초록과 마당에서 견디고 있는 로즈메리

겨울을 이고 있는 겸손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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