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빨강 모자 쓴 물고기 세 마리가 사는 자그만 세상
어느 날 놀던 물이 뿌예졌다
덩달아 마음이 흐려진
그이는 세상조차 바꿔주며 한숨을 놓는다.
하지만
잠시 그이 마음이 평안했을 뿐
빨강 모자 쓴 아이들의 세상은 다시 흐림이다
자그만 어항 속 뿌연 물이
어느 날 아침
탁!!!
맑은 물이 되었다.
빨강 모자 쓴 세 마리 물고기의 쉼 없는 날갯짓이
뿌연 물기운을 하늘로 올려 보냈나 보다
네가 먼저
네가 더 많이
누가 누구에게 뭐랄 것도 없이...
나는 나를 볼 수 없으니
너에게
우리에게
사랑의 날갯짓을, 몸짓을 보냈을 뿐이라며
빨개진 볼에 모자를 눌러쓰곤 손사래 친다
빨강 모자 쓴 물고기는
시간이라는 한 가지 명제가
결국은 모두에게 사랑인걸 아는 지혜로운 물고기였다
조용히 기다리며 할 바를 했을 뿐이라는 듯
멈추지 않는 날갯짓은 자정을 응시하고 있다
빨강 모자 쓴 아기 물고기 셋은
그이에게 자정의 선물을 주었다
밝고 맑게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향해 갈 기운을
어쩌면 신데렐라의 구두를 가져다줄 꿈의 세상을
천천히 한 걸음씩 디뎌 나갈 올찬 마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