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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가 딱두개달렸다.그것도 벌레 먹었다

환경파괴로 생기는 이상기후

by opera




아침에는 바람이 이렇게 심하진 않았다. 낮에 마당에 나와 앉으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분다. 흐려도 비는 안 온다던 날씨 "알리미"는 잠시 후에 다시 오겠다고 바꾼다. 날씨 변덕이 워낙 심하니, 바람 많은 날은 물도 말라 땅이 더 굳을 수 있다는 이웃의 말에 마당에 물을 준다. 올봄에 새로 심은 나무와, 골을 파서 심어 놓은 채소 모종들 그리고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꽃나무와 특별히 목단꽃 위주로...


그저께 날씨는 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더워, 처음으로 차 에어컨을 틀었다. 오늘 날씨는 금방이라도 보일러를 틀어야 할 정도다. 겨울바람처럼 매섭지는 않아도, 함께 나와 앉아있던 강아지들에게 담요까지 덮어주었다. 군에서 이상저온현상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크다고 주의하라는 앱 문자가 온다.

"도대체 무슨 변덕이람 이놈의 날씨는..."


환경파괴로 야기되는 지구 온난화등 이상 기온 현상은 염려 수준을 넘어섰다. 여러 해 전에 몽블랑산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주변에서 만년설이 녹아서 흘러내리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사진으로 봤던 하얀 몽블랑이 다른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 해가 다르게 날이 더워지는 것 같다.


역사를 통해서도 천재지변은 있어 왔다.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이미 사라져 버린, 우리가 알고 있는 곳도 많다. 지구는 살아 숨쉬기 때문에, 인생이 유한하고 변화무쌍한 것처럼 다양한 변화를 겪는다. 염려하는 것은 그러한 변화가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변화해온 지구보다, 20세기 100년간의 변화가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세상을 발전시킨 괄목할 만한 인류의 발명품들과 기술의 여파들이 시간이 가면서, 부메랑이 되어 오는 것이다. 눈을 뜬 선각자들이 오래전부터 환경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고 있지만, 이제 사소하게 겪는 일들을 통해서도 염려를 놓을 수 없는 시기가 오는 것 같다.


날이 더워지면서, 해마다 새로운 벌레들도 출몰한다. 개미는 오히려 반가운 이웃이다(알고 있으니..) 마당을 들추기만 하면 개미가 득실거린다. 쟤들도 살려고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때론 뜨거운 물을 끼얹어야만 할 때도 있다. 꽃은 벌들에게 내어주고, 연두색 여린 잎들이 나올 때면 성질 급한 이상한 종족들은 어느새 잎을 갉아먹는다. 오후에 물 주려다 보니, 막 꽃이 지는 서부해당화 나무에서 작은 송충이 같은 벌레가 세 마리나 있다. 나무젓가락으로 잡아 밟아 죽이려고 하는데, 젓가락 대자마자 꽃들 사이로 떨어진다.


살구나무를 심은지 몇 해 된 듯한데, 한 번도 열매를 먹은 적이 없다. 몇 알 달리면 익기도 전에 구멍이 나서 떨어진다. 올해는 이웃 지인이 꽃이 필 때 약을 조금 줘보라고 해서 조금 얻어와 분무기에 넣어 용법보다 물을 더 넣고 살구꽃이 필 때 한 번 줬었다. 친환경 약이던 약을 친 것은 처음이었다. 살구가 언제 달리나 계속 관찰했다. 아침에 보니, 두 개가 달렸는데, 그것도 벌레 먹었다.


좋았던 봄을 보내고 맞이 해야 할, 여름의 고충을 보는 듯하다. 변해가는 환경 탓에 자연 생태계 점점 모질어진다. 시골에 살아보니, 도시에 살 때보다 더 예민하게 보인다. 비단 식물에 국한된 일일까. 강도 평소엔 물이 줄다가, 비가 심하게라도 오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큼 요동치기도 한다. 동물들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지 않는가. 작년보다도 확실히 봄이 빨리 왔다. 이제 우리나라 기후도 아열대성 기후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한다. "금수강산"이라 불린 것은 아름다운 산과 맑고 깨끗한 물이 많아서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선이 분명한 계절은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특성이었지만, 점점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마당을 가꿔보니, 봄은 있는 듯 마는 듯하다. 앞으로 봄 없이 바로 여름으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겠다. 바람이 잦아들면 또 더워질 것이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 날씨의 변덕에 초목들은 어찌 견딜까 싶다만, 사람이 아니기에 견디고 적응하는 것이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일 이 무엇일까. 환경이 파괴되지 않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서, 마음으로는 커다란 동참을 하고 노력도 해야겠지만 우선 내 집 마당에 사는 작은 초목들이라도 세밀히 보면서, 관찰하고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보살펴야 할 일이다.


우리 강아지들이 야외 배변을 하면 작은 비닐봉지에 담은 후, 종량제 봉투에 넣는다. 비닐을 사용하지 말고, 이제부턴 모아서 비료로 써야 할 까보다. 작은 마당 한 구석을 돌면서 거창하게 지구환경을 논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실천 하나가 마당의 아름다운 아이들을 제때 계속 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다고 하니, 오늘 나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조그만 쓰레기라도 줄여 보도록 노력해야겠다.

봄꽃이 한쪽에선 만개한 후 지려는데, 한쪽에선 이제 꽃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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