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마는 보내고 로즈메리를 들인다.
일 년을 넘게 키운 율마를 이제는 보내야 할 것 같다. 외목대라고 돈도 제법 주고 산 아이다. 작년 겨울 실내에서 잘 자란 듯했는데, 잎이 너무 마르고 갈색 부분이 생긴 것 같아서 3월부터 마당에 내놓고 매일 물을 줬지만, 갈색이 없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생겨 마침내 저렇게 돼버리고 말았다. 이미 저런 모습으로 변한 건 내놓은 지 2~3주부터다. 물을 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땅에 있었다면 더 두고 볼 것이었다. 마당 한쪽의 칠지화도 간 지 오래지만, 뽑지 않고 있어도 흉하진 않다(내 보기엔). 화분에 심은 녀셕은 다르다. 더 책임이 있는 것 같다. 내게도 저 아이에게도...
플라스틱 화분 안에 있는 모습은 땅 속에 있는 모습보단 확실히 보기 좋지 않다. 아무래도 오늘은 화분을 털어 흙은 마당으로 보내고, 율마는 버려야 될 것 같다. 잎이 하도 까칠해서 좋은 향기를 제대로 훑어 맡아보지도 못했는데... 마당에 나뒹구는 튤립들처럼 저도 제 세상 살고 갔다.
어제 장날에 로즈메리 큰 분을 하나 샀다. 꽃 파시는 아주머니는 "로즈메리 향이 좋다고 손으로 만지지 말라"라고 하신다. 사람의 체온 등이 영향을 미쳐 로즈메리에 안 좋을 수가 있단다. "아니, 로즈메리는 손으로 훑어 향기를 맡는 즐거움을 주는 아인데... "조심하긴 해야겠다. 아예 큰 화분으로 옮기려고 예전에 사놓았던 이태리 토분을 대보니, 턱도 없다. 할 수 없이 플라스틱 큰 화분을 잘 씻어, 배양토를 충분히 넣고 분에 있는 그대로 빼서 옮겨 심는다. 이번엔 정말 "잘 살아보자 잘 살아다오" 물을 듬뿍 주고 정리한다.
매년 로즈메리 몇 분은 사는 것 같다. 허브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허브 초보자들에게는 "연례행사" 리라. 재작년에 마당에 심은 한그루가 한 겨울은 넘겼는데, 지난겨울을 못 이기고 갔다. 이달 초에 작은 로즈메리 사서 양지에 심어 두었으니, 로즈 메리분이 두 개다. 올해는 제발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물론 돌보는 내 책임이 클 것이니 더 정성껏 돌보리라.
나무든 꽃이든 보내는 것 생각하면 키울 수 없다. 인간 투자의 법칙으로 본다면 "투자 대비 소득이 꽝"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마당엔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과실수가 별로 없다. 한 번도 못 따먹은 열매 잘 안 맺는 살구나무 한그루 있다. 사람 투자법칙으로는 "꽝"이지만, 마당 투자법칙으로 보면 언제 가더라도 얘들은 제 몫은 하고 간다. 아니 더 주고 간다. 로즈메리 향은 냄새에 예민한 나에게 특히 후각을 호강시켜준다. 거실 안에 있는 허브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는 후각뿐 아니라,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허브향은 특히 로즈메리 향은 사람을 깨끗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그것으로 충분한 소득을 준다. 덧붙여 가끔 요리에도 사용한다. 무엇보다 본전을 빼지 못해도 매년 사게 만드니, 로즈메리로썬 '부동의 가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도 결과론적인 소득만 생각지 말고, 함께 하는 동안의 행복만 생각한다면 훨씬 향기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튤립도 다 떨어지고 흐드러지게 늘어진 목단 꽃이 쓸쓸한 가을 느낌마져 들게 하는 마당이지만, 새로 나온 조그만 목단 꽃몽우리가 고개를 내밀고 으아리와 금낭화, 매발톱 소박한 꽃들이 장미가 필 때까지 아니 긴 여름 동안, 피고 지고 함께 해 줄 것이다. 마당의 많은 초목들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으로 보여주며, 오늘도 곁을 떠나지 않는 고마운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