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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y 03. 2021

두 달이 되었다.




오늘은 브런치 작가 된 지 딱 두 달 되는 날이다. 3월 2일에 브런치 합격 소식을 메일로 받았으니, 5월 2일인 오늘 두 달이 된 것이다. 글을 게재하고 보니, "50" 이란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을 한겨울 추위에 열기를 뿜어내는 화로처럼 쓴 것 같다. 화롯불처럼 정말 뜨거운 글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브런치가 나의 "삭막하고 추웠던 계절"에 "화롯불"이 된 것은 확실하다.


두 번 불합격되고 세 번째 "작가님 축하드립니다"는 문구를 접했을 때,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작가가 된 것이다. 비록 출판작가는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작가"라는 호칭으로 축하인사를 받은 것은 충분히 감격할 일이었다.  그동안 모아놓았던 "글거리"들을 '아낌없이 풀어가리라"는 희망을 품고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는 글이 되길 바라면서, 풍등을 날리듯 쓰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딱 한번 작은 상 받고, 글 잘 쓴다고 어디서든 크게 상 받은 적도 없었다. 글로 소질은 없는 사람인데, 어릴 때 쓴 일기장이 있을 정도로 항상 쓰는 것을 놓진 않았다.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pda를 썼고, 스마트폰이 나온 후는 스마트폰을 열심히 활용했다. 어디를 가든지 기록하고, 생각들을 메모했다.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은 놓지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쓰리라는 꿈을 안고, 나름 저축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동안 써왔던 글들을 꺼내놓고 보니, "글을 위한 글"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위한 위로의 장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점도 많이 보게 되었다. 지나 보니, 그때그때 보고 정리해야 할 것들은 바로 그때 해야 하는 것 들이다. 모아 둔다고 무조건 골동품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아마 글을 버리는 행위였을 것이다. 사족과 푸념, 억울함, 눈물 같은 글, 마치 언어의 무덤처럼, 온갖 오래된 "글더미" 들은 살리기가 힘든 것들이 많았다. 글을 쓰면서 "비워야 산다"는 점을 다시 배웠다.  


그래도 그런 "글무덤"속에 피어난 싹들이 당시의 나를 견디게 했던 것도 고마운 사실이다. "글감"들을 치고 다듬고, 버리고 정리해 글을 썼다. 무조건 많이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몇 편 쓰지 않아도 주옥같은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많다. 아직은 부족하기에 오히려 더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는지 모른다. 생각했던 것들을 브런치 글로 살리면서, 깨닫고 배워가는 몇가지를 쓴다.


먼저 글을 버리는 법을 배운다. 그동안 내가 쓰고, 모아두었던 많은 글이 나의 감정 위주로 쓰인 것을 부인 못한다. 많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는 작가이기에, 감정표현과 더불어 객관성을 본다. 스스로에게 회초리 하는 마음으로, 줄이고 다듬고, 버리고 비운다. 마음도 가벼워진다. 읽어보면 읽어볼수록 쳐낼 것이 많다. 글을 쓰면서, 나를 쳐내고 마음 다듬는 훈련도 하게 된다.


생각은 더 깊이 하게 되지만, 표현은 좀 더 묵혀 둘 것도 많음을 깨닫게 된다. 김치만 익혀서 맛있는 것이 아니라, 글도 맛있게 익혀야 더 향기롭고 몸에도 좋다. 향기 좋고 맛있게 익은 글은 잘 숙성시킬 조건이 필요한데, 온도와 시간이다.  많이 생각하고, 마음으로 삭혀가는 법을 배운다.


다른 시간을 줄여가며 글을 쓴다. 사랑할수록 투자를 하게 되어있다. 덕분에 tv 시청도 줄고, 책을 더 접하게 된다. 나의 백번째 글이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한 걸음씩 내디뎌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쓸 것이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으며 잠시라도 공감하고, 쉬어가는 위로라도 얻게 된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아직 기 발걸음에 불과하니 긴 여정에, 많은 기다림도 이어질 것을 안다. 그래도 "누군지도 모를 누군가"와, 글을 쓰면서 위로와 용기를 얻는 "스스로"를 위한 작은 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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