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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Jul 12. 2021

뮌헨

스마트폰으로 쓴 독일 기행기 3



2014. 05.29

하룻밤 자보고 나니 침대열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들뜬 마음 혹은 아련한 마음이나 당연한 일상으로 그들의 삶을 이어가는 한 장에서, 이곳을 스쳐 갔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여기서 하룻밤 잤다. 아침에 뮌헨 역에 도착하니 국내선 비행기로 어젯밤에 오신 안 사장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오늘은 독일의 아버지 날, 휴일이라는데 우리 때문에 출근해서 픽업해 주신다. 차를 타고 오면서 안 사장님과 독일인들의 삶에 대해 얘기를 듣는다. 말씀을 천천히 해서 알아듣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여기도 주택난이 심해 대부분 월세로 살고, 생활비로는 한 사람당 1,000유로 정도 든다고 한다. 독일은 교육체계 자체가 우리와 다른 실용위주의 교육으로, 고등과정에서 대학과 기술학교로 나눠지는데 대부분 기술학교로 진학하고 졸업 후 3년 정도 수습기간 거치면 대졸자와 월급도 큰 차이 없다고 한다. 대학은 공부할 사람들만 가는 편이며 30% 정도만 진학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요즘처럼 대학 졸업장도 취업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힘든 상황에서 아직도 학벌에 목을 매는 우리 실정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단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음식은 대체로 짠 편이라 한다. 특히 동쪽 지역 베를린, 르네 부르크,  함부르크 등이 그런 편이라고 한다. 생활수준은 동쪽보단 서쪽이 소득 수준도 높고 부자가 많은 편이며 여유가 있다고 한다. 통독 이전의 영향이 아직도 있는 듯했다. 우리가 방문할 곳은 뮌헨에서도 조금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공장 업무를 마친 후 함께 마을로 나와 점심 식사를 했는데, 메뉴로는 현지에서 유명하다는 카우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음식은 역시 약간 짰고, 별다른 특색은 없었다. 옥수수와 감자가 사이드 메뉴로 나왔다. 마을 내 있는 식당이라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동네 사람들이 많았던 동네 카페테리아

별미라는 카우 스테이크?

야생꿀이 많은 나라답게 동네 주변에도 야생화가 많다


뮌헨은 바이레른 주의 주도로 베를린, 함부르크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이번 여행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 세 곳을 주로 다니게 되어 기대도 된다. 중세 베네딕트 칙령 당시의 수도승들이 세운 오랜 역사가 있는 도시라 그런지 도시 휘장에도 수도승이 그려져 있다. 1506년 바이에른 왕국이 통일된 후 수도가 되어 학문과 문화, 예술의 중심이 된다. 특히 바이에른이 바로크 문화의 중심으로 되면서 예술과 문화가 많이 발전한 곳이다. 근래에도 이민자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며, 경제나 문화적인 면에서도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부유한 도시로 유대인들도 많은 곳이라 한다.


독일에 대한 여러 얘기를 들으면서 즐거운 점심시간을 가지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제 공식일정을 끝내고, 남은 사흘을 자유일정으로 보낼 예정이라 야간열차 타기 전까지 뮌헨 여행을 할 생각이다. 짧은 시간이라 먼저 버스투어를 한 후, 시청사와 일부를 걸어서 구경한 후에 저녁 식사하고 베를린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뮌헨 시내를 돌면서 님펜부르크 궁전으로 향한다. 특이한 건물이 보였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자동차 회사 B** 박물관이다. 시카고 옥수수 빌딩처럼 둥글고 높은 건물에 자세히 보니 칸칸이 차가 들어있다. 저런 멋진 건물을 짓는데 우리도 일조했으리라 여겨지니 세계는 정말 멀고도 가까운 이웃지간인가... 지나는 차 안에서 봐도 특이한 건물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돌아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온전한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뮌헨을 속속들이 다 볼 수는 없어 택한 버스투어가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더욱 고즈넉하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비에 젖은 루드비히 1세의 개선문(Siegestor)과 시내 풍경이 옛 도시의 모습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버스는 얼마 걸리지 않아 님펜부르크 궁전에 도착했다. 독일이 원래 흐린 날이 많은진 몰라도 도착한 날부터 지금까지는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다. 오늘도 날이 흐려 넓게 펼쳐진 궁전의 멋진 정경은 보기 어려웠다.


님펜부르크 궁전 (Schloss Nymphenburg)은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였던 비텔스바흐 가문의 여름 별궁으로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님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로코코 양식의 아름다운 궁전과 여러 별궁들로 이어진 님펜부르크 궁전은 아주 크고, 아름다운 정원도 유명하다.  가랑비가 계속 내려 궁전을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비에 젖은 님펜부르크궁전

차창에서 바라본 B**건물

비가와도 정답게 먹고 마신다.

버스투어에서 보는 비 오는 뮌헨의 정경


시내로 귀환한 후 시청사와 주변 올드시티 쪽으로 도보로 여행하기로 했다. 어딘지도 잘 모르지만 물어가며 신 시청사 쪽으로 가는데, 멋진 분수대도 있고 오래된 건물도 많아 낯선 도시를 낯설지 않은 듯 즐기며 간다. 뮌헨 4대 문의 하나라는 칼스 문(칼 스토어 Karlstor)을 지난다. 도보로 이 지역을 여행할 경우 대부분 칼스 문을 기점으로 시작한다고 하는데, 칼스 문은 1400년대에 지어졌던 문으로 2차 대전 때 파괴되어 새로 짓고 최근에 보수한 것이라 한다. 칼스 광장은 차가 다닐 수 없고 먼 거리가 아니라 가볍게 걸으면서 광장 끝에 이어지는 뮌헨의 중심이라는 마리 앤 광장(Marienplatz) 쪽으로 간다.


"광장(Plaza, Public square)"이라는 표현이 우리 생각에는 엄청나게 넓을 것 같지만, 그리 크지는 않다. 유럽은 예전부터 광장문화에 익숙한 곳이다. 광장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치, 경제, 문화 행사 같은 모든 일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공간을 제공했던 곳으로 군중의 일상과 함께 했던 유래를 가지고 있어 친근하다. 마리 앤 광장 중심에는 1638년 스웨덴의 뮌헨 점령 종식을 기념하여 막시밀리언 황제가 세운 마리아의 탑이 있고, 탑 동쪽으로는 구시청사가 북쪽으로는 신시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신시청사는 1909년 세운 네오고딕 양식의 건물로 웅장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섬세한 외관이 구청사 건물보다 더 오래된 듯해 보였다. 이 건물의 중앙에 뾰족이 솟아있는 시계탑의 높이는 85m에 이른다. 탑은 전망대로도 사용된다고 하나, 우리는 올라가 보지 못했다. 시계탑 아래 종루에는 프라하의 명물 시계탑처럼 하루 두어 번씩 인형이 나와 춤을 주기도 한다. 이 광경을 보러 많은 관광객들이 신시청사로 모여든다. 지금이야 명물로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오기도 한다만, 시계가 귀할 당시에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리라. 시청과 광장 주위의 골목길에는 음식점과 기념품점과 상점들이 즐비해 있어 사람들이 많았다. 걸어 다니면서 잠시라도 뮌헨 사람들의 삶을 느껴보고 공감할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


내게 있어 뮌헨은 전혜린의 뮌헨이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으면서 그의 고뇌에 함께 하고 성장을 지켜보았던 뮌헨에 꼭 와보고 싶었다. 새벽안개에 드리워진 뮌헨을 만나진 못했으나, 날이 흐리고 비도 내려 우중충한 하늘 아래 회색빛 뮌헨은 만났던 것 같다. 버스투어를 할 때나,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도 가스등을 보고 싶었으나 보지 못했다. 스쳐가는 여행지에 불과했지만 짧게라도 조우한 뮌헨이 반가웠다.


신시청사

칼스 문



뮌헨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기차를 타기 위해 역사로 왔다. 저녁 9시 04분에 출발해 내일 아침 9시 5분에 베를린 역에 도착 예정이다. 베를린으로 가는 야간열차는 4인용 쿠셋으로 예매했었다. 우리 일행 외 독일인인 듯 한분이 타셨는데, 침대에 눕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체구가 있으신 분이었는데도 좁은 침대칸에 잘 적응하는 것을 보니, 역시 독일인이다.


뮌헨과 베를린으로 오가는 야간열차는 보통 슬리퍼 객실과 쿠셋과 조절식 좌석으로 나뉘는데 슬리퍼 객실은 1인용과 2인, 3인용 객실로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편이다. 쿠셋은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4인용과 6인용으로 되어있고 각각 시트와 담요 그리고 베개가 제공된다. 조절식 좌식은 의자를 뒤로 젖혀 쉴 수 있게 되어있다. 물을 사러 나와 둘러보다 좌석 칸으로 가 앉아보니, 비행기 좌석보단 크고 넓다 제켜보니 반은 눕겠다. 뮌헨으로 갈 때처럼 베를린으로 올 때도 중국인 탑승객들이 있었고, 바로 우리 주변에 있어 역시 밤새도록 떠들어 다른 이들의 수면을 방해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요란한 소리의 중국인은 옆에 있다. 요란한 중국어를 자장가 삼아 우리는 열차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6인용을 4인용으로 개조한 쿠셋과 뮌헨 역사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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