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현기 Oct 17. 2020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 서평



"당신이 옳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긍정의 말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다양성을 중요시하며 손가락만 움직이면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첨단정보를 접할 수 있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당신의 말이 옳다고 상대를 추켜주며 응원하는 일은 보기 드문 세상이 되었다. 정혜신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흔한 자기 계발서처럼 무한 긍정의 리액션을 요구하며 감정노동을 종용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무엇이 옳다는 말인가?


현대사회는 무한 경쟁을 요구한다. 나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를 찌르고 찔리는 관계를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사이에 마음에는 상처들이 쌓여가고...

마음의 상처는 나을 새도 없이 더 아프게 곪아만 간다.


 스트레스라는 미명 아래 일상의 일처럼 방치하며 삶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한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수년째 자살률 1위 국가가 되었고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결혼은 40%대에 이르는 이혼율을 보여주는 상처투성이의 사회로 변해 버렸다.
우리 사회에는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려있고 병원을 찾아 치유되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태이며 병원을 가기 전까지 당장에 응급조치가 필요한 사람들이 주변에는 너무도 많다.


정혜신 작가는 심리학 전문의로 오랜 기간 재직하며 환자의 경험과 세월호 가족의 심리치료과정을 거치면서 의사 자격증의 치료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정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에 이른다. 이것의 적용으로 많은 치료효과를 이루고 나아가 많은 사람이 적정 심리학을 조금만 배우면 사회의 큰 치유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

심리적 빈곤감은 계층과 무관하게 거의 같다.
전문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 도처에 만연한 상처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전문가를 찾아가기도 버거운 일상에서 스스로 치유받고 치유할 수 있는 자가 치유법이 시급한 사회적 요구이다.
일상에서 적용 가능한 치유의 핵심원리를 설명한 책으로 적정 심리학의 또 다른 표현은 심리적 CPR이다. 숨이 넘어가는 아픈 사람에겐 CPR(심폐소생술)이 우선이다.

책중의 에피소드에서 미숙한 부모로서 겪게 되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대부분의 부모가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 아니었을까. "엄마는 내 편을 안 들어줘?"
그런 상황에서 보통은 객관적 판단으로 보편적인 정의의 잣대로 충조비판(충고, 조언, 비판, 판단)에 근거한 얘기를 해 왔던 것 같다.

나중에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을 때 자식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화끈거리기까지 했다. 정작 아이가 바랬던 것은 "공감"해 주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니? 물어 봐 줬어야 했다.

존재 자체에 눈을 맞춰주고 공감해 주고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다음에 사람은 가장 합리적으로 된다.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물어보자.
내 판단, 내 생각, 내 가치관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CPR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 아이의 자살 충동
"너 얼마나 힘들었던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동안 몰라서 너무 미안해"
"요즘 어떤 마음인 거니?"
아이를 살리는 CPR 은"질문"이다.

공감의 언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충고와 조언 판단과 평가를 멈추어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가 시작된다. 충조평판에 익숙한 우리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시작된다.
내가 하는 말이 충조평판임을 알아야 진정한 대화가 시작된다.


공감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배워야 하는 것이다. 진짜 공감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마음을 깊이 알게 되면서 갖게 되는 최종적인 감정이다. 한 사람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는 만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공감하고 공감받으며 서로가 위로받는 것.
존재의 핵심에 다가가는 질문을 하는 것.
비록 아프고 잔인한 질문일지라도 그 과정을 넘어설 때 비로소 치유의 연고를 바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시점이 COVID-19가 본격적인 확산을 시작하던 때였다. 31번 확진자에서 시작된 감염사태가 수천수만 명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없는 대 재앙을 예견하였다.
적정 심리학에 대한 분명하고 확고한 주제의식을 갖고 시작되는 그녀의 이야기에 조금씩 빠져들었고 작가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유튜브를 통해 자세히 알아갈 수 있었다.

팬데믹의 코로나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장기화를 예견하고 있다. 처음 겪는 공포의 시간에서 많은 사람들은 피로감을 호소하였다. 2020년 1016일 현재 국내 사망자수는 440여 명에 이르고 218개국의 감염국가에서 100만 명이 넘는 사망자로 전 세계인은 공포와 상실감으로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져있다.
마이너스 성장의 경제 붕괴로 기업은 도산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량으로 일자리를 잃는 실직자가 늘어가고 있다.
국민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관계의 또 다른 단절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폭락하는 경제상황에 대응하고자 쏟아붓는 천문학적 재난기금은 또 다른 부익부 빈익빈의 문제에서 현대인은 혼돈과 상실감은 더욱 심화되며 심리적인 상처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작은 대화기법의 스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효과는 가히 엄청나다. 인간을 살리는 대화법이다.
작은 힘이나마 가까운 가족 친구 회사 동료에서 시작하는 공감하고 치유하는 적정 심리학의 실천은 나비효과가 되어 지역사회, 국가 아니 세계인을 치유하는 처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보문고


작가의 이전글 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