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드네 Nov 17. 2021

인삼차

어제 만난 사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많은 관계에서 미숙하고 실수를 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30년 전의 일이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다방이라는 곳에서 기다리고 만나야했다. 카페가 아닌 다방에는 에스프레소나 아이스아메리카노보다 커피, 쌍화차, 생강차, 우유 등이 메뉴판에 있었고 커피는 블랙 아니면 양촌리 커피였다.

아직, 다방에 익숙하지 못한 나이였기에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무슨 차를 사드릴까 고민을 했었다. 그 분이 좋아하는 차가 무엇인지 물어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장 비싸고 좋은 차를 사 드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은 더웠고 시원한 음료를 사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계절메뉴이고 비싼 차인 '인삼차'를 주문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다정한 눈빛에 감동받으며 얼음덩어리가 들어간 인삼차를 주문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찻잔을 다 비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판단과 선택을 스스로 칭찬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 그 분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을 때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선택에 칭찬을 했던 '인삼차'가 사실은 그분께 큰 실례를 범한 거였다. 그 분은 누구보다 양촌리 커피를 좋아하셨고 인삼은 몸에 열이 많아서 절대 먹지 않는 분이셨기 때문이었다.

아랫사람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서 끝까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인삼차를 마셨던 분의 배려가 아직도 감사함과 죄송스런 마음으로 남는다.

작가의 이전글 신이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