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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Sep 29. 2021

신이 있다면

찜찜한 미래3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은 역시 천재였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어서 관찰을 하다 보면 더 알고 싶어서 지속적으로 만나길 원한다. 더 나아가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모임을 만들고 다시 추억을 쌓으며 때로는 닮아가고 싶어한다. 사람이은 만남을 통해 배워가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기대이다. 

나 또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세심한 관찰과 다정한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중이다. 인간에 대한 희망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한 '박노해' 시인의 계몽에 동화된 측면도 있지만 그래야 세상살이가 조금 나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기대와 희망은 내 자신을 믿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믿어봐 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을 통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이 드는 과정이라고까지 생각하였다. 이렇게 숭고한 결심을 하고 있는 나에게 주변의 상황은 번번이 나를 시험에 빠지게 한다. 

신이 지극히 나를 사랑하고 아끼셨는 지라 다양한 시험을 통해 성장시키는 난처한 과정일 수도 있지만 매 상황은 성장보다는 일희일비하며 관계에 대해서 찜찜해 하며 한벌 물러서게 한다. 처음 신이 깃들어 있다는 사람에 대한 나의 관심은 호감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하였고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충분히 말 할 수 있도록 맛난 밥과 술이 곁들인 저녁을 대접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런데 참, 대화의 맥락과 논리적 흐름을 중요시하는 나의 사고작용은 점점 더 인내심의 한계를 갖게 하였다. 

'말의 앞뒤가 맞지 않다.'에서 시작한 맥락은 민망한 말을 계속 들어야 했고 점차 불쾌해지더니 갈수록 불경스럽기까지 했다. 

교회 집사 출신이라 네 이웃을 사랑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싶어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처지를 보면 자비심과 보시를 통해 선을 행하기 위한 것들을 나의 어머님처럼 하고 싶어서 따라하기 위해 노력중이었다. 기독교의 사랑도 불교의 자비도 스스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나에게 불경스런 언행은 귀를 씻고 싶어지게 하였다. 

처음 신이들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반가운 주제였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짜로 그런 사람이 있다니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신이 들였다는 사람은 진짜로 신이 들렸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신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기준에 따라서 여러 사람으로 나뉠 수 있는데 신도 여러 신이 있는데 그날 인간한테 들린 신은 내가 기대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최소한의 수준을 갖춘 신은 아니었던 듯하다. 인간을 만나서 기뻐하고 실망하는 일희일비보다 신이 들렸다고 하는 인간을 만나서 감정이 변화는 순간은 감정이 상해서 차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떠올리고 싶지가 않았다.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젊은 사람들이 수고스런 일을 자청해서 열심히 하면 고생했다는 말 대신 "욕봤다.'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만남은 '욕되고 수치스러웠다.' 낯선 사람과 친절한 관계를 맺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멀리서 그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재미난 일이 될 수 있으나 가까이 다가서면 설수록 비참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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