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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Nov 26. 2021

엄마 친구들 밥상

슴슴한 참외를 먹어라.

 ‘미즈노 남보쿠’는 전설적인 사람으로 일본의 유명한 운명학자이자 사상가이다. 그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못된 짓을 일삼다가 감옥에 가게 된다. 그는 감옥에서 가난하고 죄지은 사람들의 생김새가 성공한 사람들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 관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출소 후에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서 관상가를 찾아갔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신은 1년 안에 칼에 맞아 죽을 운명이니 속히 절로 가서 출가를 청하시오.”

  남보쿠는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가까운 절에 가서 출가를 청한다. 하지만 절의 주지 스님은 1년 동안 보리와 흰 콩으로만 식사를 하고 오면 받아주겠다고 하였다. 남보쿠는 스님의 말을 기억하고 바닷가에서 짐꾼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도 1년 동안 보리와 흰 콩으로만 식사를 한다. 

  1년 동안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남보쿠는 주지 스님을 찾아가기 전에 관상가에게 먼저 찾아간다. 남보쿠를 본 관상가는 크게 놀라며 그의 운명이 이제 바뀌었다고 하면서 비결을 묻는다. 그러자 남보쿠는 1년 동안 보리와 흰 콩만을 먹고 생활하였다고 하자 관상가는 식사를 절제하는 것으로 큰 음덕을 쌓아 자신의 운명을 구했다고 말해 준다. 

  관상가의 말을 듣고 난 남보쿠는 주지 스님을 찾아가지 않고 그 길로 전국을 떠돌며 운명을 공부해서 전설적인 운명학자가 된다. 그런 그가 3천명이 넘는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였던 운명을 바꾸는 비법은 ‘절제와 소식’이었다. 

  미즈노 남보쿠의 생애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음식은 운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음식은 생명을 기르는 근본이며 평생의 길흉이 음식에서 비롯되었다. 이 말을 좀더 생각해 보면 음식을 항상 절제하고 가려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식하는 사람이 병으로 죽는 일은 거의 없지만 과식하는 사람들은 잦은 질병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절제하며 소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매사에 절제하는 것은 음식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고 규칙을 마련할 수 있다. 

  부귀와 건강의 장수 비결을 알려 준 운명학자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자세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참외를 먹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참외의 씨는 절대 먹지 말라.’이다. 이는 어릴 때 찬 성질의 여름 과일인 참외를 먹고 배탈이 여러 번 났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제의 미학을 실천하기에 참외만큼 좋은 예도 없다. 

  참외는 씨 주변을 둘러싼 과육이 가장 달고 맛있는 부분이다. 참외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먹지 말고 참외를 먹으라고 한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참외씨처럼 삶 속에서 달콤하고 입맛에 맞는 것들을 쫓다 보면 어느덧 문제가 될 때가 많다. 

  참외씨처럼 달디단 모습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일이든 사람이든 결코 끝이 좋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물의 본질은 껍질과 씨를 제거한 참외의 식감처럼 슴슴할 때가 진짜일 수 있다. 

  씨를 제거한 참외는 달콤함을 포기하면 담백한 참외 식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갈수록 단맛에 중독되어가는 입맛을 잡아줄 수도 있고 인생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할 수 있는 것이 씨를 제거한 참외이다. 

  보리와 흰콩으로 삶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거친 음식을 통해 인내와 절제를 몸에 익히고 운명을 바꾸었던 미즈노 남보쿠의 이야기는 삶의 태도를 변화시킨 이야기이다. 

  이제 미래 세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면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는 식습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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