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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Nov 29. 2021

행복한 밥상을 위한 레시피

함께 차리는 밥상



 며칠 전 밥상을 차리는 일과 관련하여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준 지인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40년을 함께 산 부인이 35년 정도 살았을 때 밥상 차리는 것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질문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결혼해서 35년을 살았는데 당신은 나에게 밥상을 몇 번 차려 주었나요?”

  그때까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한 남편은 아내의 물음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가 밥상을 차리는 일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이 따뜻하고 맛있는 밥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부부가 살았던 긴 시간 동안 아내를 위해 밥을 차렸던 시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우리는 밥을 차리는 일에 관해서 여자의 몫이자 의무로 여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밥상 차리는 일이 정말로 어머니, 누나, 아내, 딸만의 역할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밥상 차리는 일과 관련하여 아내의 질문을 받고 난 다음에 남편은 그 뒤에 밥상 차리는 일에 대해서 아내의 의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따뜻한 밥상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밥을 먹는 일은 밥상을 차리는 일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물음이자 선언이 있었던 그 뒤로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의 처분만 바랄 뿐 어느 시간에 집밥을 먹게 될지 불완전한 밥상만 있을 뿐 머리로 느끼는 성찰과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은 아직 거리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은 자녀들을 위해 고향식과 건강식 레시피보다 더 중요한 레시피는 어쩌면 행복한 밥상을 위한 레시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는 밥상이나 어머니께서 해 주시던 손맛을 구현하는 일보다 가족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받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요리’라는 일은 주부나 엄마 누구 한 사람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뜻한 밥상은 차려지기까지 식재료 마련을 위한 준비 시간뿐만 아니라 조리과정의 노고와 시간 등 크고 작은 번거로운 노동과 세심한 정성, 숙련된 기술 등이 필요하다.

  밥상은 먹기 전까지의 노동과 정성, 기술뿐만 아니라 다시 밥상이 치워지기까지의 수고로움이 있어야 끝이 난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였다면 다시 밥상을 치우기 위한 설거지나 정리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세 끼를 먹든 아니면 한 끼만 먹었던 간에 건강한 집밥은 정성과 수고가 뒤따르는 연속적인 일이다.

  가족의 입맛을 맞추어서 맛있는 밥상을 차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모두가 행복한 밥상을 받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누구나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밥상을 두고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차리는 의무와 먹을 권리만 주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밥짓는 수고로움을 한 사람에게 떠맡기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일이다. 밥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제각각 역할을 맡아서 수고로움을 더는 일부터 치우는 일까지 함께하다 보면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을 위한 레시피가 완성된다. -  "엄마 친구들 밥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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