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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Nov 30. 2021

행복한 밥상을 위한 레시피

엄마의 부탁





“아들아, 밥 사주는 친구가 되어라.”


『어린왕자』에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문장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은 일이란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 버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밥 먹는 일과 돈 버는 일은 다른 것인지 세상세서 가장 어렵다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또 다른 문제인지 생각해 보았다. 돈을 벌어서 밥도 마음도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세상에서 밥과 마음을 연결지어 생각해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얻기도 하고 마음을 내기도 한다면 마음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그 무엇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마음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지만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나의 마음을 내어주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상대에게 마음을 내는가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 곧 시간은 돈이자 열리지 않는 마음 곳간이다. 사람마다 우선 순위에 따라 곳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하기 위해서 시간을 낸다는 것은 돈보다 귀한 그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따뜻한 신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겠다는 따뜻한 신호 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조금 더 마음을 내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밥을 먹자고 청하는 친구가 있다면 받아주는 것이 좋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시도하려는 것이니 말이다. ‘나는 너에게 마음을 내겠다.’는 호의는 받고나서 하기보다는 언제라도 누구에게도 먼저 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마음을 내는 일은 꼭 그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시도하고 있으니 스스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모두가 마음을 내는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마음을 얻는 세상이 될 테니까 이제 마음을 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고 마음 가득한 세상이 될 듯도 하다. 


  ‘밥을 사는 친구’가 된다는 것은 따뜻한 마음을 건네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따뜻하게 위로 받았다면 모든 사람이 위로 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한 사람이 상처를 받아서 울고 있다면 모든 사람이 울고 있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사람의 마음은 나의 마음일 수 있다는 뜻이다. 


  ‘가성비’에 익숙한 시대에 진짜 가성비를 생각해 보았다. 점차 사라져가는 이익을 쫓기보다는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발견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돈을 쓰는 일이고 밥을 먹는 일이 수고롭지 않기 위해서는 밥만 먹어서는 안 된다. 밥상이 차려지기까지의 수고와 밥상이 치워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노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함께해야 수고롭지 않게 된다. 


  밥을 먹는 일이 어려워지지 않기 위해서는 밥 먹는 일과 약속은 누구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밥 사는 일은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것이어야 한다. 친구의 마음을 헤아려서 데우고 식히면서 천천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마음을 대접해야 한다. 


  “아들아, 밥을 사며 따뜻한 마음을 내는 친구가 되어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밥을 함께 먹는 일부터 시작하면 생각처럼 그렇게 힘들지 않을 수 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엄마의 정성과 손맛이 가득한 고향식 레시피와 건강식 레시피의 밥상을 먹었다면 말이다. 아주 오래도록 너를 향한 마음 가득 담아서 밥상을 차렸던 엄마의 마음을 이젠 네가 실천할 차례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엄마 친구들 밥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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