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이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의 분위기, 배우들의 연기, 늘 추억이 돋는 중국 거리.
그리고 그 말의 뜻도 좋아한다.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때이른 불볕더위에 하루종일 땀이 번들거렸다. 더위를 많이 타는 이에게 여름은 가끔 형벌과 같다. 그 때를 알고 내리니 이보다 더 좋은 비가 있을까.
간만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자니 무엇으로도 씻기지 않던 얼룩진 내면이 말끔해지는 기분이다. 장마는 원래 끈끈하고 습하고 질척이던거 아니었나.이렇게 시원한 여름비는 여름이 질색인 나도 감동하게 만든다.
이전에 없던 역대급 더위가 올것이라는 올여름을 아이의 잔병치레로 거하게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더위에 지쳐 흐물댔는데...
'호우시절'
아이는 자라면서 시시때때로 아프고, 또 아플텐데 아이가 한번 아플때마다 내 삶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것 같은 고통을 겪는다. 인간이 인간을 돌보고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두려운 일인지를 매일 매순간 느끼며 살아간다.
가을비는 쓸쓸하게 내리고
겨울비는 처연하게 내리며
봄비는 속삭이듯 내리던데
오랜만에 여름비가 나를 참 달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