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미안해

엄마가 보고 싶다

by 옥민혜

엄마는 나에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더 좋은 집에 태어났었으면 좋았을 텐데'. '해준 것이 없어서'. 늘 이런 식의 미안한 이유들. 난 평생을 들어온 그 이야기가 들을 때마다 참 싫었다.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는 이유들이 하나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미안했기 때문에 엄마는 더욱 나에게 잘해주려고 애썼고,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아니 엄마라 해도 쉽게 해 주기 힘든 것들까지도 모두 다 해주었다. 원래 엄마라는 존재는 다 그런 줄 알았다. 나는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과분한 사랑에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지나친 간섭과 지배에 내내 숨이 막혔다. 그런데 자라면서 우리 엄마가 아닌 여러 다른 엄마들을 보게 되었고, 우리 엄마가 특별하단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엄마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해볼 것도 없이 당연히 아니다. 그건 우리 엄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살면서 이런 일들도 겪는다. 황급히 보호자를 호출하는 주치의의 전화를 받고 늦은 밤 달려가 만난 엄마의 모습은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늘 강했고, 당당했으며,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주던 슈퍼우먼 같았던 엄마는 없었다. 늙고, 초라하고, 작았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겨울밤 비를 맞고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 온몸을 떨고 있는 새끼 강아지 같았다. 내 안에서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소리 내어 울었다. 두려웠고 막막했다. 이제야 무엇이든 다 해주는 슈퍼우먼 엄마 밑의 무능력한 딸이 아니라, 작고 나약해진 엄마를 지켜주는 든든한 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재우려고 누웠는데 작은 아이가 '엄마'하며 품을 파고든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낳아서 이 날까지 제대로 한 번 안아주지도, 그렇게 좋아하는 젖 한번 실컷 못 먹인 주제에, '너 때문에 불행하다', '너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다' 라며 소리를 질러댔던 나다.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는데 너희는 이 만큼이나 자라서 이제 감정표현도 하고, 엄마를 부르며 달려와 끌어안고 나를 향해 예쁜 미소를 짓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안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엄마가 좋아?

-응.

-아무것도 해준 것도 없는데 엄마가 좋아?

-응.

-고마워. 엄마 딸로 와줘서 고맙고, 이런 엄마라서 미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사랑해.


평생 나만 보면 미안하다던 엄마의 그 말이 참 싫었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나 역시 아이들만 보면 미안해서 마음이 아프다. 더 좋은 엄마를 만났어야 했는데. 이거밖에 안 되는 내가 너희 엄마여서 너무 미안해. 자려고 누우면 하루 종일 지겹도록 나를 따라다니던 아이들이 보고 싶어 진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서 나를 그리워할 나의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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