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추억
또 다시 눈 무더기가 쏟아진다.
이렇게나 많은 눈이 그 동안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그 동안 어떻게 참았을까. 봇물 터지듯 눈 무더기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어쩌면 이다지도 조용히, 침착하게, 우아하게 쏟아질 수 있을까. 그 고요한 아우성이 그 옛날 서정주의 시에서처럼 우리 모두에게 "괜찮다"며 위로하는 듯 하다.
어제밤도 눈이 내렸다.
늘 그렇듯이 문득, 갑자기 생각난 듯이 눈은 그렇게 내리기 시작했다. 사위는 고요하고, 사방은 어두웠고, 가로등 불 빛 아래로만 내리는 눈이 보였다.
갑자기 그러고 싶어져서 집안의 불을 모두 껐다. 모두 함께 그 눈을 감상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잠시 무서워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또 갑자기 그러고 싶어져서 음악을 틀었다. 휘몰아치듯 내리는 눈의 모습이 겨울왕국을 연상시켰다.
겨울왕국의 주제가.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 하는 노래, 'Let it go'를 틀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음악은 아름다웠으며, 우리는 창밖의 가로등 불빛에만 의지해 서로를 알아보았다. 음악에 맞추어 작은 아이가 갑자기 일어나 거실 한 복판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아이의 움직임이 참 아름다웠고,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진지한 표정과 몸짓이 너무나 웃겨서 혼자 조용히 웃었다.
가족이 함께 앉아 음악을 들으며 어둠 속에서 내리는 눈을 감상했다.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처럼, 너무나 소중하고 생경했다.
눈은 고요히, 우아하게 나리고, 서로를 사랑하는 우리는 어둠 속에서 꼭 끌어안고 창밖의 눈을 감상했다. 그 순간, 행복 말고 무엇을 더 떠올릴 수 있었을까.
기억해야지. 2021. 1.17 우리가 서로를 끌어안고 함께 감상했던 밤, 눈오는 풍경을.
황홀하고, 뭉클하고, 감동적이며, 아름다웠던 그 겨울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