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
집 앞에 살구나무가 한그루 있다.
늦봄, 초여름이면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흰 송이 꽃을 피워낸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었다. 연식도 좀 되다 보니 어찌나 크고 가지도 풍성한지 3층 높이의 우리 집까지 창밖으로 풍성한 흰꽃 무더기가 보였다. 작년 여름엔 살구도 꽤 많이 열려서 친정부모님이 어느 날은 내려가셔서 살구를 한 아름 따오시 기도 했다.
그런데 관리실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어느 날 그 아름답던 살구나무 가지를 뭉텅뭉텅 잘라놓았다. 마치 요정이라도 살 것 같이 아름답던 가지들은 벌거벗은 듯이 처참히 잘려나가고 거의 밑동만 남아있었다. 우리 가족 모두 얼마나 속상해했던지.
요즘 들어 부쩍 아침에 자고 나면 기분이 언짢은 작은 아이가 어제 아침엔 도가 좀 지나쳤다. 출근하고 없는 아빠를 찾으며 울면서 발로 차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주자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엄마가 그렇게 싫으면 엄마 나갈까?"
그랬더니 이번엔 엄마가 좋다며 울기 시작한다.
"그럼 이리 와"하고 팔을 펴자 울면서 달려와 안긴다.
아이를 안고 토닥이며 진정을 시키려고 베란다에 나갔다. 그때 보았다. 팔다리가 잘려나간 채 헐벗은 살구나무 사이로 작은 살구 하나가 달려있는 것을.
"어머 서희야 저 거봐"
내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던 아이가 고개를 들고 본다.
"아기 살구가 열렸네~ "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
"서희가 자는 사이에 해님과 바람과 달님이 살구를 만들어줬나 봐. 저건 서희 살구야"
조금 전까지 나라 잃은 것처럼 울던 아이가 소리내어 웃는다.
"언니 꺼는?"
살구는 달랑 하나. 이건 또 싸움 각 이다.
"글쎄~서희 꺼밖에 없네~"
일단 그 자리에 없는 큰 아이는 다음 문제고 지금은 우는 아이를 달래는 타이밍이기에.
"언니랑 나눠먹을게~"
"우아 좋은 생각인데~"
그러자 아이가 창밖으로 크게 소리친다.
"해님아! 우리 언니 살구도 만들어줘~부탁해!"
"서희야. 저건 우리 서희 서현이 살구니까 아무도 못 가져가게 엄마가 꼭 지키고 있을게, 저녁에 아빠한테 따달라고 하자~"
아이가 또다시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엄마 이제 마음이 다 나았어!"
사랑스러운 아이. 마음이 아파서 울었던 거구나. 엄마는 너를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러나 이해하기 위해 더 더 노력할 거야.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보고 싶은.
내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