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망치의 용도

by 옥민혜

남편은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이다. 잠 귀가 안 그래도 밝은 나는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 유일하게 맞지 않는 부분이 우리의 수면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각 방을 쓰게 되었다. 아이들 신생아 때는 두 아이의 수유 시간이 서로 달라서 한 아이가 깨서 울면 다른 아이의 잠도 방해가 되기 때문에 각자 한 명 씩 데리고 잤다. 큰 아이는 내가, 작은 아이는 남편이. 생 후 100일이 되면 통잠을 잔다는 '100일의 기적'이 큰 아이에게는 있었지만 불행히도 작은 아이는 9개월까지 밤 수유를 두 번씩이나 해야 했다. 그런 아이를 남편은 불평불만 한 번 없이 케어해 주었다. 쌍둥이 육아는 누가 누구를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다. 부부가 똑같이 분담해도 힘든 것이 바로 쌍둥이 육아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를 오면서, 그러니까 아이들이 생후 18개월이 되었을 무렵부터 아이들은 모두 남편이 데리고 자기 시작했다. 불면증이 워낙 심한 나는 종류가 서로 다른 수면제를 3 알씩이나 먹어야 간신히 잠이 들 수 있고, 그렇게 잠들었다가도 아주 작은 소리에도 깨버린다. 그리고 한 번 깨버리면 아무리 다시 잠이 들려고 노력해도 절대 잘 수가 없다. 그게 몇 시든 결국 날이 샐 때까지 뜬 눈으로 지새워야 한다.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는 것은 자연스레 남편의 몫이 되었다. 남편은 머리만 땅에 닿으면 10초 내로 잠드는 사람이고, 나는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신경이 쓰여서 전혀 잠을 잘 수가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우리의 잠자리는 30개월가량 지속되고 있다.


서로 다른 방에서, 각자의 방 문을 다 닫고 잠이 들어도 나는 가끔 남편의 코코는 소리에 잠이 깬다. 그만큼 남편의 코골이는 엄청나다. 다른 방에서 자는대도 깰 정도인데 옆에서 같이 자는 아이들은 과연 괜찮은 걸까. 나는 그게 늘 궁금했다. 너무 어릴 때는 말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으니 뭐가 어찌 되었든 서로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점점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생각을 표현할 줄 알게 되면서 큰 아이가 가끔 아침에 일어나 그런 소리를 했다.


"아, 나 어제 아빠 코코는 소리 때문에 한 숨도 못 잤어!"


콩알만 한 녀석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너무 웃겨서 '저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느냐'며 남편과 웃어넘겼다. 어디서 배웠겠는가. 결국 내가 매일 하는 소리를 듣고 배운 거겠지.


아침 일찍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나는 곧장 애들이 잠든 사이에 가서 몰래 누워있는다. 비록 데리고 자지는 못 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보는 얼굴이 엄마이길 바라면서.


며칠 전 아침이었다. 아이들 자는 방이 의외로 외풍이 있어서 혹시나 춥지는 않았는지 항상 신경이 쓰이는 나는 잠에서 깨어난 작은 아이에게 '어젯밤에 춥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작은 아이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아빠 코 소리 때문에 잘 못 잤어. 엄마는 안 들렸어?"


아빠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못 잤다는 말은 늘 큰 아이가 했었지 작은 아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큰 아이의 불평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나 보다. 결국 두 아이 모두 아빠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있음이 밝혀진 순간이었다.


"너무 시끄러우면 일어나서 아빠한테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하지 그랬어."

"아빠는 맨날 코 안 골았다고 그래."


맞다. 남편은 늘 그렇게 말한다. 소파에서도 TV를 보다가 갑자기 코 고는 소리가 들려서 '자냐'라고 물으면 '안 잤다'라고 하는 사람이다.


그때 마침 눈 앞에 뿅망치가 보였다. 애들 할머니가 장난감으로 사준 작은 뿅망치였다.


"그럼 앞으로 자다가 아빠가 또 코를 골면 이 뿅망치로 아빠 코를 때려."


그 말에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그날 밤, 야근 때문에 늦은 시간까지 귀가를 하지 않은 남편 대신 나는 혼자서 아이들을 재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큰 아이 베개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 이게 뭔가 싶어서 손을 더듬어 베갯잇 사이에 든 것을 꺼내 들었다.


뿅망치였다.


그 날 아침에 아빠가 코 골면 뿅망치로 아빠 코를 때려주라고 했더니 그 말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큰 아이는 주도면밀하게 뿅망치를 자신의 베개에 숨긴 것이다. 아빠 몰래 베개에 넣고 있다가 아빠가 코를 골면 꺼내서 때려주려고! 그 주도면밀하고 야심 찬 계획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혼자 한참을 웃었다. 자신의 베개에 뿅망치를 넣어두었다는 것도 잊은 채, 그것을 엄마가 빼내었다는 것도 다 모른 채 아이는 금세 잠의 나라로 빠져들었다.




아이들이 태어난지 다음 달이면 48개월이 된다. 그 시간들 동안 나는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편이자 아빠임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 그 모든 자리에서 한결같이 최고인 나의 단 한 사람.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전 17화내가 배가 아픈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