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가 아픈 이유

by 옥민혜

어릴 때 나는 거의 매일 배가 아팠다.


배가 아파서 자지러지게 우는 나를 업고 부모님은 야밤에 응급실로 뛰어다닌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날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신발 양 쪽을 짝짝이로 신고 온 적도 있었단다. 그만큼 나는 아픈 것으로 부모님 속을 많이 썩여드렸던 딸이다. 아주 어릴 적 기억은 부모님의 말씀으로 들어 아는 것이고, 어느 정도 자라서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시절의 나 역시 늘 배가 아팠다. 학교에서 갑자기 배가 아파 바닥에 뒹굴어서 엄마가 학교로 달려오신 적도 있고, 학원에 가는 버스 안에서 배가 아파서 집으로 돌아간 적도 부지기수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외출하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배가 아파 표를 내고 나와서(지하철 표를 끊어서 내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역사 안 화장실을 찾아 뛰어다닌 적도 많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매일 같이 배가 아프다.


미숙아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자주, 심하게 아픈 편이다. 일 년에 둘이 합해 15번이나 입원을 한 적도 있다. 이렇다 보니 나는 아이들 아픈 것에 유독 예민한 엄마가 되었다. 콧물만 살짝 비쳐도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이미 나는 '예민한 엄마', '까탈스러운 엄마'로 낙인찍혀 버렸고,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는 '피곤한 학부모'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예민한 엄마'인 나의 뇌리를 스쳐가는 기억 하나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 당시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한 대가로 매우 가난한 신혼생활을 보내야 했고,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어린 나를 데리고 오촌 고모님 댁에 기거하신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아빠의 사촌 누나의 집인데, 당시 고모님은 큰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고,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분이셨다. 부모님은 고모님의 식당 일을 도와드리며 우리는 그 집에서 셋방 살이를 했다. 눈칫밥 먹으며 사는 셋방 살이었지만 고모님은 어린 나를 참 많이 예뻐하셨다고 한다. 너무 예뻐한 나머지 곧 잘 어린 나를 업고 나들이를 다니셨는데, 어느 날은 친구들을 만난다며 아침에 나간 사람이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단다. 엄마는 하루 종일 젖을 물리지 못해 젖이 퉁퉁 불어서 아프기도 했지만 분유도, 젖병 따위도 없던 시절 그저 기저귀만 몇 개만 챙겨 들고나간 고모가 나의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는지가 너무 걱정되었다. 그렇게 고모는 엄마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밤이 되어서야 들어오셨고, 엄마는 가장 먼저 나의 '끼니-맘마'에 대해 물으셨다. 그때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는 철없는 고모님의 답변.


"아이스크림 사 먹였다. 맛있게 잘 먹더라."


그때 나는 겨우 생후 8개월이었다. 그날 밤, 나는 밤새도록 설사를 했고, 거의 한 달가량 고생을 했다고 한다. 아! 8개월 짜리 아기에게 아이스크림이라니.


예전에 그 얘기를 엄마에게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흘려들었던 것 같았는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갑자기 그 얘기가 엄청나게 심각한 이야기로 둔갑을 해서 마치 방금 전해 들은 놀라운 사실인 것처럼 나를 격노하게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처음 아이스크림을 먹인 것은 아마도 두 돌은 지나서였을 것이다. 생우유도 14개월이 지난 후에 처음 먹였다. 8개월 아기에게 아이스크림은 너무나 치명적이다. 내가 이렇게 평생 배가 아픈 것이 다 그때 '고모가 사 먹인 아이스크림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불쑥 찾아온 생각은 나의 판단을 통해 기정 사실화되어 버렸고, 나는 돌아가신 고모를 향해 원망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엄마는 그럼 그때 가만히 있었어?"

"가만있지 그럼 어떡해. 얹혀사는 주제에 무슨 말을 해."

"나 같았음 길에 나 앉을 각오하고 다 뒤집어엎었어. 그때 먹은 아이스크림 때문에 내가 이렇게 평생 배가 아픈 거잖아!"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을 씻기고 큰 아이의 머리를 말려주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고모가 엄마 애기 때 아이스크림 먹였어?"


나는 갑작스러운 그 질문에 당황스러웠지만 별 걸 다 기억하고 있구나 싶어 귀엽기도 해서 친절히 '그렇다'라고 답해 주었다.


"엄마, 싫다고 했어야지~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배 아픈데~"

"엄마는 애기여서 말을 못 하니까 주는 대로 먹은 거지."


아이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다시 물었다.


"엄마 고모는 나쁜 사람이야?"


그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 했다.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후로도 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아이는 내게 말한다. 엄마는 애기 때 고모가 아이스크림을 먹여서 배 아픈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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