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아름다워서 슬픈.

by 옥민혜


아름다운 계절.


아이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보니 벚꽃도 개나리도 목련도, 집앞 화단에 하얀 살구꽃도, 하다 못해 돌틈 사이에 민들레와 이름 모를 들꽃까지도 앞 다투어 피어있었다.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모든 꽃들이 전투적으로 피어있었다.


아. 아름다운 계절이다.

아. 잔인한 계절이다.


유산도, 수술도, 거듭되는 시험관 실패도, 모두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출산이 아니라 소파수술을 하고 누워있는 딸을 위해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으며 내다본 창밖에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수술후 통증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는데 보름도 넘게 지독한 생리통같은 통증이 계속되었다.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몸보다 더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동네 산책을 나서면 봄날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잔인한 계절. 잔인한 4월.


팽목항 앞바다에서 수백명의 꽃같은 아이들이 봄꽃처럼 떠난 날도 4월이었다.

꽃같이 아름다웠던 장국영이 거짓말처럼 떠난 날도 4월이었다.

예정일보다 한 달이나 빨리 요란스럽게 양수를 터뜨리며 우리아이들이 태어난 날도 4월이었다.


두 아이를 인큐베이터에 남겨두고 혼자 조리원으로 간 날도, 다들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우르르까꿍을 할 때, 몸조리는 잊은 채 아물지도 않은 수술부위를 붙잡고 엉거주춤 걸으며 나오지도 않는 젖을 짜서 조금이라도 먹여보려고 매일 면회하러 가던 날들도 모두 4월이었다.


차창 밖으로 윤중로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 나는 지독히 외로웠다.


봐줄 사람도, 예뻐해줄 사람도 없는데 서둘러 핀 꽃들이 서둘러 지려고한다. 꽃놀이 한 번 마음껏 할 수 없는 이 계절이, 꽃들의 아름다움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서글픈 4월이다.


2020.4월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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