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의 방법

by 옥민혜

목련, 산수유, 개나리, 벚꽃.

꽃들이 순서도 없이 일제히 피어오른 봄날의 오후(어릴 때는 봄 꽃이 피고 지는 데에도 순서와 시간차가 있다고 배웠는데 요즘 봄은 무언가 질서도, 상도덕도 없는 느낌이다), 늘 그렇듯 '나의 봄'은 '아이들의 감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작은 아이 때문에 3월부터 두 아이 모두 미술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큰 아이는 사실 그림 그리기에는 크게 관심도, 소질도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쌍둥이를 키우면서 서로 다른 재능과 관심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는 큰 고민거리가 된다. 확실히 작은 아이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것은 물론 재능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이 것은 실시간 비교가 가능한 큰 아이에 비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보통의 이 또래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그림을 그리는지, 어느 정도가 잘하는 것이고, 못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두 아이를 서로 다른 학원에 보낼 수는 없기에 항상 같은 내용으로 교육을 시키고는 있지만 이 문제는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가지고 가야 할 평생의 숙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어쨌든, 미술학원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남편과 작은 아이의 그림 실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리다고 해서 어른들의 말 뜻을 모를 리가 없기에 아이들을 칭찬하거나 훈계할 때 우리 부부는 각별히 신경을 쓰는 편인데 그 때 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 아빠의 칭찬이 동생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전에 나는 재빨리 큰 아이에게도 칭찬을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생각에 서현이 그림은 참 독창적인 매력이 있는 거 같아.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서현이만의 매력과 생각이 잘 담겨있어서 정말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해."


늘 형체를 알 수 없는, 차마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무언가를 휘갈겨 놓는 수준의 그림에 대한 나의 품평이었다. 엄마 아빠가 계속 동생의 칭찬만 하다가 드디어 자신에 대한 칭찬이 나오자 큰 아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빠, 서희랑 나랑 그림을 너무 잘 그려서 이제 내일부터 미술학원에 갈 거야!"


"우리 아기들은 어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릴 수가 있지?"라고 말하며 나는 물개 박수를 쳐 주었다.


쌍둥이는 모든 물건을 똑같이 두 개씩 사 주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렇게 해 주어야 한다. 큰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항상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말한다. 쌍둥이의 숙명으로 날 때부터 모든 것을 반씩 나눠가져야 했기에 큰 아이는 본능적으로 그 속에서 필사적으로 자기 것을 지키려고 애쓴다. 그래서 큰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악을 쓰고 자기 것을 챙기는 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터득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은 아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내지 않는다. 무엇이든 언니가 먼저 고르고 난 나머지 것을 갖고,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자기 것에 집착을 하는 언니에 치어 늘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작은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단 한 번도 온전히 자기만의 것을 가져보지 못 한 채, 태어나면서부터 늘 언니가 남긴 나머지만을 조용히 제 것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 이 아이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게 무엇이든 늘 똑같이 주려고 애쓴다. 그게 물질이든, 사랑이든, 칭찬이든. 야단을 치더라도 똑같이 한다.


수의 개념의 큰 아이가 빠르다. 같이 앉혀놓고 학습지를 시키면 큰 아이가 훨씬 습득도 빠르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해 칭찬을 해 주고 나면 반드시 옆에 있는 작은 아이에게도 다른 방식의 칭찬을 해 준다.


"우리 서희는 집중력도 좋고 기억력도 참 좋은 거 같아. 엄마가 지난번에 알려준 거 이렇게 기억하고 있네."


그렇게 엄마에게 똑같이 칭찬을 받은 두 아이는 모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미술학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문자로 보내준다. 오늘 아이들의 작품을 보고 나는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엄마다.

4F0EB41F-7735-44FB-B03E-E4CC3E74F827.jpeg 큰 아이 그림


9C63273E-C563-40B1-A607-6DEA5AA1FAAD.jpeg 작은 아이 그림


똑같이 '봄'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는데 선생님 설명에 따르면 큰 아이는 '가족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하고, 작은 아이는 '언니와 함께 손잡고 놀이터에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집으로 돌아가면 나는 오늘 그린 그림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리고 아낌 없이 칭찬을 해 줄 생각이다. 늘 그렇듯이 큰 아이의 독창성과 추상적인 매력에 대해, 작은 아이의 객관적인 그림 실력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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