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
빨래를 개키고 있는데 작은 아이가 와서 갑자기 까만 색연필을 달라기에 무얼 하려느냐고 물었다. 어디서 굴러다니는 종이 한 장을 들고는 뭘 써야 한단다. 일어서기가 귀찮아서 저기 있으니 꺼내 쓰라고 했더니 좀처럼 찾질 못 하고 종종거린다. 마침 지나가는 남편에게 색연필 좀 찾아주라고 했다. 색연필을 받아 든 딸아이가 쭈그리고 앉아 한참 무언가를 끼적인다. 그림이나 그리려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잠시 후 아이가 그 종이를 들고 내게 달려왔다.
46개월 된 아이는 아직 한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그런데 무언가 외계어 같은 그림을 잔뜩 그려놓은 종이를 내 앞에 쓰윽 내밀며
"엄마, 이거 보세요!"
하길래 뭔지도 모르지만 일단
"우아! 멋지다."
라고 반응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그 외계어를 한 줄씩 짚어가며 내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1. 절대로 언니를 꼬집지 않기
2. 절대로 언니와 싸우지 않기
3. 절대로 엄마를 화나게 하지 않기
4. 엄마 미안하고 사랑해요.
그 순간 내 안에 수백만 송이의 꽃이 일제히 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안의 작은 우주에서 수 억 개의 별들이 일제히 쏟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 그 감동과 놀라움. 너에게 처음 받아보는 편지.
나는 감격해서 아이를 꼭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엄마, 숨 막혀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해처럼 밝고 맑은 얼굴. 너에게 처음 받아보는 편지.
난생처음 딸에게 편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