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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민혜 Feb 11. 2021

말의 무게

비탄의 문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에쿠니 가오리 책을 내리 다섯권을 읽고 나서 오랜만에 미야베 미유키 책을 몇 권 샀다. 요즘에는 도서관 대출을 할 수가 없어 남편 회사에서 몇 권 빌려봤는데 보고싶은 책은 거의 대출중이거나, 아예 없었다. 그래서 중고로 사서 보기 시작했다.

미야베 미유키는 '화차'를 읽고나서 반해버렸다. 이후에 '모방범' ,'중독', '이유', '솔로몬의 위증' 까지 봤는데 단연 '화차'가 최고였다. '솔로몬의 위증'을 마지막으로 보고 좀 실망을 해서 이후로는 한참을 보지 않았는데 오랜만에..참 좋다.

<비탄의 문>. 두꺼운 두권짜리 책이다. 책을 고를 때 그냥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서 그 중에 아무거나 집어드는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그렇게 고른것이어서 이런 내용일 줄은 몰랐다.


미야베 미유키는 늘 일본의 사회현상과 그로 인한 문제를 이야기에 담는 작가다.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또 다르다. 그 속에 사회적 메시지가 있고 그 현상에 대한 작가 개인의 주관이 녹아있다. 상당히 박식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지만 글이 꽤나 남성적이다. 일본의 사회 문제가 우리나라와 항상 같지가 않기 때문에 가끔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보면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는데, 역시 글로벌 시대라서 그런가 아니면 워낙 일본이 우리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인접 국가라 그런가 그곳의 문제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약간의 시간차는 있다.

<비탄의 문>은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다룬다. 악플러들 때문에 자살하는 연예인들이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나타나고, 마침 최근에 극악무도한 악마- 텔레그램 박사-가 등장한 시점이라서 출간된지는 좀 된 책이지만 새삼 내용에 공감하며 보게 된다.


사이버상에서는 현실과 전혀 다른 인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현실에서 의사,변호사,교수, 너무나 평범하고 자상하기까지한 한 가정의 가장이며 딸을 둔 아버지가 사이버상에서 변태 짓을 일삼는 범죄자인 것을 적지 않게 봐 왔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만들고 운영한 조주빈 역시 사이버상에서는 마치 잘나가는 리더이며, 지도자처럼 군림했고 그를 추종하는 자들도 상당했다. 그에게 속고 당한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에서 잘나가는 언론인, 정치인, 재력가들이었다. 조주빈은 사이버 상에서 그들 위에 군림했다. 현실의 그는 지방 전문대 출신에 무직이며, 키도 작고, 외모에도 자신이 없어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찌질이에 불과했을 뿐이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가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킨다.



말은 뱉어버리면 사라지고,  사이버상의 댓글 역시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아무렇게나 끄적여놓으면 그걸로 끝나는 줄 알겠지만, 그 말은 내 안에 고이고 쌓인다. 그리고 나를 변화시킨다.



요 근래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사회가 미쳐돌아가고있는 느낌이다. 말의 무게와 그것을 내뱉은 자의 책임이라는 것에 대해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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