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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Jan 18. 2021

겨울밤


칼바람이 볼을 스치면

겨울이 눈에 맺힌다

공기가 온도를 만나 형태가 변하는 것이

전혀 새롭지도 않은 일상이건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흐름이라 하기

바람의 온도도 하늘의 기운도

차갑다 못해 처절하다


앞이 보이지 않게 몰아치는 눈의 방울들이

아슬아슬 참고 있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당당히 칼바람에 맞서는 손가락도

애처로이 연한 살갗을 드러낸 귀 끝도

빨갛게 달아오는 콧부리도

이제는 다 털어내자며 한 무리를 이룬 듯

나를 다그친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떨어지는 너의 눈물방울이나

지금 휘날리는 눈의 방울이나

빛이 닿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니

두려워말고 마음껏 떨어뜨려라

겨울이 눈에 맺혀도

어김없이 떠오를 태양에 언젠가는 다시 사라질 테니

소름 끼치는 시림도 아슬아슬한 매서움도

조화로운 선물이어라


칼바람이 시린 얼굴을 몰아치는 이 밤

외로운 모습이 하나 둘 사라진다

비뚤어진 발자국들은 진한 알코올 향을 남기며

서서히 얼어붙는다

그렇게 겨울이

다시 이 겨울이 눈가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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