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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Sep 26. 2021

흰 달_흰 나무


나는 아직도 그 시간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시간속이 아니라면 어디에도 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분명 그 시간속을 살아왔고 살아남았는데

남은 시간은 오로지 그 시간_ 해가 지는 오후 네 시부터입니다.

그 시간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 시간속에서 내가 살아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시간속에서 태양빛과 그늘진 어둠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그 시간속에서 오로지 나만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속에서 꽃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시간속에서 홀로 기도하던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아무도 봐 주지 않던 나를

누구도 위로해 줄 수 없던 나를

세상 어디에도 설 수 없던 나를

그저 그런 시간도

그저 그런 일상도

그저 그런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시간을 꿈꿉니다.

다시 한번 갈 수 있다면, 그 시간 속 해지는 오후 네시로 가고 싶습니다.

오로지 나를 위해 기도하던 눈동자와 다시한번 마주하고 싶습니다.

평생의 기억이 되어 내 안에 자리잡은 그 시간을 나는 모조리 기억하고 싶습니다

단 한컷도 놓치지 않고 간직하겠습니다.

지금처럼 꿈꾸듯 기억하고 꿈꾸듯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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