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려운 것은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

by 선정

어렵습니다

모든 것들이 냉정을 찾을 수가 없어서

정말 운이 좋은 듯 지금까진

그럭저럭 살아내고

어렵게 지나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어려움을 잊는다는 것도 어렵습니다

운이 좋은 듯

바로 냉정을 찾은 듯

일상속으로 들어갑니다

해가지면 다시 틈으로 사라질 운명앞에

나는 순응합니다


반복하고 반복된 어려움은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는 혈서처럼

나의 몸 여기저기에 새겨졌습니다

지쳐서 나뒹굴 이유가 되어

온 세상에 펼쳐보였습니다

술잔을 들자 모든 길이 밝아졌습니다

나는 그들의 뮤즈가 되어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자정을 넘겨버린 신데렐라처럼

신발 한짝도 잃고 마음 한켠도 잃어버렸습니다

돌아가고싶지 않은 시간에 다다를수록 가슴이 뜁니다

숨을 쉴 때마다 통증이 느껴집니다

나를 기억하지 말아요

틈새의 환청이 들립니다


어렵습니다

모든 것들이 냉정을 되찾은 듯 유지되는 것이

다 쓰러져가는 공간에서 나를 숨길 어둠을 기다려

부둥켜 안고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곧 죽을 운명의 영화 주인공처럼 격렬한 정사신을

어렵게 이루어내었습니다

그렇게 사는 동안 조금씩 부과된 감정의 흔적들도

그럭저럭 지나치고 있습니다

틈새하나와 가면하나를 주고 받은 것은

적당한 거래였을까요


생각해보니 어렵고

생각지못한 것이 어렵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어렸고

생각지못한 내가 어렸습니다

아무일도 없는 듯한 차가운 시선이

아무일도 없는 듯한 고요한 적막이

아무일도 없는 듯한 매끈한 도로가

아무일도 없는 듯한 깜깜한 하늘이

내겐 너무나 어려운 존재입니다

닿을 수 없는 허탈함은

채울 수 없는 공허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산산히 부셔져야 온전한 나는

가슴 한켠에 촛불 하나 켜고

떨어지는 촛농 위에 타들어가는 통증으로

다시한번 혈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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