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과 실제 사이 어딘가

본격적으로 병이 발현되던 때

by 오광락

일찍 잠에서 깬 나는 쉴 틈 없이 SNS를 봤다. 별로 잠을 못 자도 피곤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가서 구원자인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당장 친구를 찾아갔고 대뜸 클럽에 가자고 했다. 친구에게 SNS계정을 보여주며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했다.


“이게 다 나한테 보라고 올리는 글이라니까.”


벅차있는 나를 보면서 그는 약간 당황해하고 있었다.


“너 좀 이상하다?”


내가 이상하다는 그의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기분과 상황이 달라져 있을 뿐이었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기에, 나는 배우지망생인 그가 연기를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신이 났고 내 확신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클럽을 가면 나를 위한 성대한 파티가 열릴 것이라 믿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환대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무엇보다 이성과 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막상 클럽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한 사람에게 다가가도 딱히 반응이 없거나 피할 뿐이었다. 그들은 그저 각자의 춤을 추며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어딘가에서 분명 세상을 구원할 내가 나타났다는 걸 환영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아직 환대의 준비가 안된 건가. 클럽에 있는 사람들은 아닌 척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대체 왕인가, 신인가, 대통령인가. 머릿속으로 갖가지 생각이 들었고 나는 스파이처럼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나도 피었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도 들어가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행위는 신호로 읽혔다.


밤을 새우고 클럽에 나와 친구와 급하게 헤어진 뒤 두리번거리는데 전철에 올라야 한다는 신호를 발견했다. 전철 안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좌석에 앉아 흥분된 기분을 좀 가라앉히며 사람들이 내리고 타는 걸 관찰했다. 그렇게 타고 가다가 문득 한 사람이 눈에 띄어서 여기서 내려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다. 급히 내리고 주의를 계속 살폈다. 그때 버스 한 대가 눈에 띄어 무작정 탔다. 안에는 중년의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가운데에 딱 하나 자리가 남아있었다. 그들은 나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재잘거릴 뿐이었다. 옳겠거니. 이 버스를 타면 환대의 장소로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버스는 출발한 지 오래고 담배를 펴야 한다는 신호를 읽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제야 어떤 아저씨가 당장 끄라며 어떻게 온 사람이냐고 물었다. 이제야 나를 알아봤다는 게 황당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해야 되나 너희들 다 나를 알고 있잖아라고 말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에 휴게소에 급히 버스가 섰다.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듯이 하며 심문을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한 나의 상황을 말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경찰이 왔고 순순히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타고 가는 도중에 사이비 종교 건물을 보게 됐다. 순간 번뜩이며 내가 사이비에 당할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소름이 끼치고 경찰도 믿을 수 없겠다는 느낌이 들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