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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라스 Jan 18. 2021

[성장일기] 스타트업 직장인 A의 푸념#1

스타트업 팀장의 역할은 뭘까




작년 말,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작은 회사에 콘텐츠 팀의 디자이너로 입사하게 되었다. 새로 팀원들이 들어왔고, 나 역시도 신규로 입사하게 된 상황에서 콘텐츠 팀장을 맡게 되었다. 회사의 정체성, 방향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 팀원들보다 조금 더 높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


하지만, 팀장이라는 직책을 겪어본 적도 없었고, 작은 회사다 보니 CEO와 팀원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나를 케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전형적인 회사에서의 '팀장' 역할이 아니라(담당자의 업무는 일일이 컨펌받지 않는) 콘텐츠의 방향을 잡아주고, 실무도 겸하는 반쪽짜리 팀장이었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졌다.



startup




나는 몇 점짜리 팀장이었나

I can do it!


마케팅이라고는 발톱의 때만큼도 모르는 나는 유튜브 강의를 찾아보고, 책을 읽어가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냥 평소에 넘겨보던 광고도 유심히 쳐다보며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 뭔가를 새로 배우는 일 자체를 즐기는 나에게 마케팅 공부는 또 다른 열정을 가져다줬다. 회의 시간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시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더 그런 척을 했던 것도 있다. 내가 이렇게 발 벗고 일을 나서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면, 팀원들로 하여금 '그건 좀...'에서 '되게 해 봐야지' 마인드로 변화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까지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서 일을 시킬 때, 다른 말 못 하게 하려는 검은 속내도 있었다.


그렇게 2주, 3주, 한 달이 지났다. 결국 내가 제안한 프로젝트는 거의 나 혼자 완성시킨 꼴이 되었고, 다행히 그 프로젝트의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팀장'의 역할로서는 빵점이었다. 그동안 팀원들은 각자의 자리를 잡아갔고,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멀어져 버렸다. 내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 같이 기획을 하고 나서서 일을 하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팀장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난 뭘 해야 하는 걸까


혼란스럽고 혼란스럽다...


결국 팀원들은 대표와의 연봉협상 때 일 많이 했다, 월급 올려주지 않으면 나가겠다, 방향이 맞지 않다, 그럼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냐 는 말을 전하고 그 길로 나가 버렸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봐서 나는 개인적으로 상심이 컸다. 대표는 축하할 일이라고, 아닌 사람은 빨리 떠나는 게 맞다고, 이런 일을 겪고 또 겪고 무수히 반복해서 겪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내가 전 직장에서 퇴사했을 때, 내 동료들이 겪었을 감정이 이랬을까?


처음에는 속상하고, 미웠다. 그동안 내가 했던 고생들이 떠올랐다. 내가 팀원들에게 인간적으로도 잘해주고 편의도 최대한 봐주며 배려해주고 정말 노력 많이 했는데, 그렇게 훌쩍 가버리다니.


그다음 든 생각은 그래, 난 행복하다! 그냥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하는, 일은 만들어서 하지 않는, 주어진 일만 하겠다는 스타트업 마인드와는 거리가 먼 사람과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느니 일찍 잘 헤어졌어, 다행이야! 였다.


그리고 주말 동안 쉬면서 찬찬히 생각해보고 다이어리에 끄적여봤다. 다음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경험하고 또 시도해봐야겠다, 다짐했다.




+ 덧붙여, 내가 했던 또 한 가지 실수

업무를 지시하고, 방관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적기에 보고받지 않았다. 내가 실무를 줄이지 못한 탓에 내 일에 벅차서 사실 체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팀원 관리를 전혀 하지 못했던 거다.

또 한 가지 요인이 있다면, 업무 지시를 할 때 구체적으로 세세하게 지시를 했던 점이 지루한 일로 인식되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어떻게 일할지에 대한 부분은 업무를 진행하는 팀원이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또 푸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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