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현실세계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데
머리만 대면 자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타지에 가서도 잠을 잘 자는 편이다. 그래서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부럽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꿈이 있다. 대부분은 친구들과 가족이 나오는 일상적인 꿈이지만 가끔 재미있는 꿈을 꾸곤 한다.
엄청 큰 수족관이 깨지는 바람에 급하게 엄마를 데리고 대피를 하는데 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탈출하는 꿈, 호랑이와 뱀으로 가득 찬 길목을 건너는 꿈, 갑자기 나타난 악당들을 무찌르는 꿈 등이 그렇다. 스릴 넘치고 역동적인 꿈이다. 꿈에서 깨고 나면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침대에서 일어나 마주 보는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런 재미난 꿈을 꾸는 날에는 꿈해몽을 해주는 단짝을 찾아가 말해주려고 메모장에 기록해두기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며 복기하기도 한다.
내 단짝에게 쪼르르 달려가 "나 오늘 이런 꿈 꿨어! 들어볼래?" 자랑하듯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본인이 생각하는 꿈해몽을 해준다. 진지하게 들어주고 해석을 해주는 게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떨 때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곤 한다.
"꿈속에서 말이야, 나는 친구가 안내해준 마을에 갔어. 되게 아기자기한 호빗 마을 같았어. 나는 어떤 버섯 모양의 집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여러 방이 있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2층인가 3층의 한 군데를 배정받았다? 도착해서 보니 나는 다른 걸 가르치는 건 줄 알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요가를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 온 거지. 그때가 강의 10분 전이었는데 난처한 상황인 거지. 나는 태연한 척했고, 결국 아이들과 이야기를 좀 하고 퀴즈도 내고 말이야, 명상하는 법과 명상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진행해서 40분 정도를 그렇게 채운 것 같아. 그리고 마지막엔 내가 아는 요가 동작 몇 개로 마무리해서 한 시간을 잘 채우고 나왔어. 그 뒤로 내가 준비했던 수업도 했는데 그건 잘 기억이 안 나!"
진지하게 듣던 단짝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보면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야. 예를 들어 육교 위에서 발을 잘못 헛디뎌서 떨어지는 꿈을 꾼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은 떨어지고 싶었던 게 아니라 발을 헛디딜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비를 하는 마음이 반영된 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네가 예상치 못한 그런 난처한 상황이 온 걸 너도 무의식 중에 원했던 거야. 그러니까 네가 그 상황을 즐긴다는 거지"
"오호, 그런 상황을 즐긴다...?"
"꿈의 배경이 그런 건 네가 최근에 강의하러 갔다 온 것 때문에 그려진 사건이고,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당황스럽고 급작스러운 그런 긴장되는 순간을 마주하는 걸 네가 즐기고 좋아한다는 거로 해석할 수 있지"
"오, 그래. 나 좀 그런 거 같다!"
"왜 그런 사람 있잖아, 군인인데 갑자기 전쟁이 터지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왔어. 그때 얼음장이 되는 사람이 있고 그제야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이 있어. 너는 후자의 사람일 수 있어. 나는 전자에 조금 가까운 것 같아. 나는 게임할 때도 턴 제로 돌아가는 나의 시간이 확보된 게임은 잘하는데 스타크래프트처럼 실시간으로 싸우고 막 순발력이 필요한 그런 상황에서는 무기력해지거든"
'그거 개꿈이야'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의 꿈 이야기를 가지고 우리는 한동안 떠들 수 있었다. 그게 맞던 맞지 않든 간에 '내 꿈' 이야기로 재미난 해석을 하고 '나의 꿈'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다.
다음엔 어떤 꿈을 가져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