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멋진 서퍼가 되렴!

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쓰레기 줍기

by 올라스



아스팔트 도로에는 아지랑이가 피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어 눈이 부셨다. 몇 시간을 달려 죽도해변에 도착했다. 미리 파도 차트를 확인하고 갔던 터라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파도 한 점 없는 고요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질 줄이야. 없으면 없는 대로 물놀이나 하자며 들어간 바다는 고요하고 또 평화로웠다. 작은 파도라도 잡으려 열심히 패들을 했다. 나의 서핑 메이트와 서로 밀어주기를 하며 놀았다. 물놀이를 실컷 하다 나오니 눈에 보이는 쓰레기가 많았다. 하나씩 줍다 보니 사람들이 버리고 간 마스크, 카페에서 데려온 일회용 컵 그리고 심지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우산 커버까지 주웠다. 그렇게 모아놓고 보니 왜인지 모르게 뿌듯했지만 가져온 에코백이 작아서 다 넣어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들고 갈지 우왕좌왕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일회용 도시락통이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여기에 담으세요. 제가 같이 버릴게요."


"아? 그래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우리 딸이 언니처럼 되고 싶대요!"

그 한마디가 갑작스럽기도 하고 괜스레 부끄러운 맘이 들었다. 아이는 수줍게 뒤에서 장난감 삽을 들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정말요? 하핫,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이를 향해 찡끗 웃어 보이고 보드를 챙겨 모래사장을 건너가는 길에 나의 멋쩍은 반응을 곱씹었다. 아쉬웠다. 아이에게 '커서 멋진 서퍼가 되렴!'이라는 말을 해줬어야 했는데...








내 삶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아가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점차 보이고 들리게 됐다. 오늘은 어제 보다 지구에 더 무해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듣고 용기가 났다. 바다에서 할 줄 아는 활동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바다 깊은 곳에서 쓰레기가 보이게 됐고, 수면 위에서 떠있는 쓰레기가 보였다. 파도를 타고 나온 해변가에서는 바다 건너 일본에서, 중국에서 떠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의 조업 활동으로, 레저 활동으로 고통받는 바다거북이, 돌고래, 물고기 그 모든 바다 생물들의 고통을 보게 됐다. 그게 플라스틱 소비를 덜 하는 행동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행동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식재료를 소비하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서핑을 하고 나면 바다 사용료로 보이는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오곤 한다. 따로 시간을 내서 비치클린을 하러 가진 않지만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생활 속에서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지구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서퍼 =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비치 클린 생활화를 하나의 유행으로 만든, 어렵지 않게 누구나 실천할 수 있게끔 여러 이벤트를 통해 '바다 쓰레기 줍기'의 진입장벽을 낮춰준 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하나의 재미있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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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파타고니아(환경 보호에 진심인 대표적인 기업)의 이본 쉬나드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 일터로 오는 길에 신이 나서 한 번에 두 칸씩 계단을 겅중겅중 뛰어올라야 한다.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입고 심지어는 맨발로 일하는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유연한 근무로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고 아이가 아플 때는 집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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