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꿈꿔요

나의 리틀 포레스트

by 올라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독립을 꿈꿔왔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삶을 살아 나가는 꿈을 꿨다. 나의 집. 하지만 '이 속도로 돈을 번다면 집은커녕 원룸만 전전하며 살아야겠다'는 현실적인 계산을 하기도 전에 이 시대의 여느 청년과 다름없이 내 집 갖기의 소망을 포기했다. 나는 다만 나의 공간이 갖고 싶었다. '역마살'이 낀 나에게는 그 공간도 금방 질리겠지만. 고등학생 때 순둥순둥 한 얼굴을 하고 키는 제일 컸던 내 친구는 필사적으로 부모님 집에 붙어살려고 노력했다. 2시간 반이 넘는 통학시간을 견뎌내고 직장도 집과 가까운 곳으로 구해 나이차가 많이 나는 어린 동생을 돌보며 살고 있다.


"붙어있을 수 있을 때까지 붙어있어야 해. 그게 남는 거야"

아마 안정적인 둥지를 떠나 독립을 하게 되면 들게 되는 어마 무시한 월세,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를 생각해본다면 단연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돈을 더 벌고 생활비는 아껴 쓰면서 내 공간을 만들어야지, 하는 작은 소망을 품었다.


처음 나의 보금자리를 얻었을 때, 엄마는 키워보라며 작은 스투키 하나를 데려오셨다. 내 방 안에 내가 품어야 하는 작은 생명이 들어온 것이다. 그 친구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화분을 올려두는 습관이 생겼고, 물이 필요하진 않은지 종종 흙을 만져보고 상태를 확인했다. 집을 오래 비우는 날에는 물이 부족하거나 해가 부족해 말라비틀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됐다. 2년 동안 내 공간에서 지내던 그 친구는 지금 엄마의 공간에서 잘 자라고 있다. 독립은 나의 공간에 식물을 들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돌볼 수 있는 나의 작은 숲 안에 식물들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것.






성인이 되고 나서 알바를 시작했다. 처음엔 학업과 노는 일을 함께 병행해야 했어서 하나의 일만 했다. 하나만 오래 하는 게 물론 안정적이고 돈벌이도 더 됐지만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하나둘씩 일의 개수를 늘려갔다. 일주일, 한 달, 반년의 단기 알바를 겸했다. 평일에는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나가고, 금-토에는 홍대 작은 식당에, 일요일에는 보드게임 카페에서 게임 설명을 해주고 음료를 제공하는 일을 했다.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풍족했다.


그로부터 몇 해 뒤,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어엿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으로 거듭난 나는 여행 액티비티 플랫폼인 '프립'을 통해 서핑 캡틴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주말마다 캡틴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서핑을 하고 싶어서 사람들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인원 체크하고 혼자 온 사람들을 챙겨 밥도 같이 먹고 멋진 사진도 찍어주고 안전하게 여행을 마친 뒤 출발지로 함께 돌아오는 것이 내가 해야하는 활동이었다. 받는 보수는 크진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에 감격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을 벌 수가 있겠구나, 하고 확신은 아니지만 작은 꿈을 꾸게 됐다.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일로도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꿈.


많은 사람들이 얘기한다. 좋아하는 걸로 어떻게 먹고 사냐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그저 낭만인걸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어떤 사람들은 돈벌이 수단이 되고 아끼는 취미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갖는다고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꿈도 이룰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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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는 직장이 있다. 동시에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강의'라는 식물을 하나 더 들였다. 중, 고등학교에 가서 트렌드에 대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철저히 벗어나 '나'에 집중하도록, 그 과정을 돕는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역할이다. 이 식물을 어떻게 가꾸고 기르느냐에 따라 나의 숲의 모양도 계속해서 달라지겠지. 나의 작은 숲에는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반짝이는 윤슬,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서걱 소리를 내는 나뭇잎, 해가 뜨면 아침이 왔다고 막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같은 것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