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we swim #서핑
책 제목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한글 번역으로 '수영의 이유'라 불리는 이 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표지를 살펴보고 프롤로그를 읽다가 '오늘은 너로 정했다!' 딱 꽂혀서 자리에 데리고 왔다. 어렸을 때 why 시리즈는 쳐다도 안 봤는데... 요즘은 왜 'why'가 붙은 책에 관심이 가는지 모르겠다.
나는 왜 공포의 순간을 곧바로 기억에서 지웠을까? 물이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바다가 내게 저지른 살인 기도를 바로 용서했을까? 롱아일랜드 해변에서는 거의 매년 몇몇 사람이 익사한다. 어린 나는 더 큰 마법을 찾아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나와 같은 인간에게 편안한 육지가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존재로 거듭나는 환상을 찾아서. <수영의 이유, 보니 추이>
어렸을 때 나는 수영을 배운 적이 없다. 어른이 된 지금도 자유형을 떼지 못했다. 21살에 두 명의 친구와 내일로로 부산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부산 가면 해운대를 가야지! 하고 해운대 바다에 가서 튜브 세 개를 빌렸다. 튜브를 몸에 끼우는 튜브의 올바른 사용법이 아닌 엉덩이를 튜브에 얹고 일렬로 자리 잡고 서로 손을 마주 잡는 방식으로 서로를 지켜주기로 했다. 나는 가운데에서 양 옆의 친구 손을 잡고 파도가 칠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놀았다.
그 순간 파도가 덮쳤고 내 오른쪽에 있던 친구는 그 파도를 타고 해변가에 한 번에 착륙했고, 나는 뒤집어지고 튜뷰를 놓쳐 물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내가 빙글빙글 통돌이를 처음 당했을 때 '와,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수심은 겨우 1m 남짓 했던 것 같지만 사람이 죽기엔 충분한 수심이었다. 그렇게 인생의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려 할 때 내 왼쪽에 있던 친구의 손이 내 손에 잡혔고 친구의 튜브를 붙잡고 겨우 해변가로 나올 수 있었다. 모래와 각종 쓰레기가 한가득인 해운대 바닷물을 한가득 먹은 상태였고 눈과 코에서는 바닷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그런 공포스러운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9년쯤 지난 지금의 나는 다이빙, 서핑, 스노클링 물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못해서 안달인 사람이 됐다. 수영도 못하는 내가 말이다! 물이 무서워서 서핑 못하고 다이빙 못하겠다는 친구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나도 물 무서워해! 근데 하면서 조금씩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진짜 무섭다. 아직도 무서워서 큰 파도엔 바다 안 나가는 편식 서퍼에 보수적인 다이버다. 물이 너무 두려운데 그래도 물이 너무 좋다는 말, 그 말 이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서술한 수영의 이유에 대한 표현이 딱 제격이다 싶었다.
원시시대부터 사람들은 이미 삶과 죽음이 서로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지 않을 때 삶과 죽음의 경계는 더 허술해진다.
"바다에 들어가 있으면 언제든 먹이사슬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 시는 경고가 담겨 있다. 그래도 우리는 그 경계선 가까이서 춤을 춘다. 바라볼 것이 있어서다.
바다에 가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다 보면 어느샌가 이렇게 파도가 나를 삼켜버려도 그렇게 죽어버려도 나쁘지 않은 죽음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다가, 파도가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날은 말랑말랑 작은 파도를 선물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화나서 성난 파도를 선사하기도 한다.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그래서 더 감사하고 행복감을 주는 바다에 나는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내일 서핑 갈래? 파도 좋던데..."
이 책을 읽고 당장이라도 수영장에 가고 싶은 심정이었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바로 다음날 3시간을 달려 양양 물치해변에 도착했다. 12월 23일, 한겨울에 바다는 처음이었다. 바다 위 서퍼들도 많았다. 12월 말인데 말이다. 5mm 슈트를 입으니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고 뭐, 할 만하겠는데? 싶었다.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이게 미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악 너무 추워! 추워서 패들도 안되고 빠질까 무서웠다. 계속 파도는 잡지 못하고 패들로 나갔다 들어왔다 나갔다 들어왔다만 반복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고 이가 딱딱딱 부딪힐 만큼 추위에 노출된 나는 큰일 나겠다 싶어서 나왔고 몸이 회복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겨울 서핑은 못 하는 걸로... 안녕....)
그래도 오랜만에 바다 가니까, 가서 파도 만나니까 너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