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름이다!

지구 반대편 마을 사람들과의 공통점

by 올라스


이번에 떠나오면서 계획한 건 항공권 하나였다. 멕시코 시티에서의 숙소에서 모두가 입을 모아 사율리타가 서핑하기 좋다고 이야기를 했고 바로 사율리타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라란차라는 곳이 파도가 정말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보다 복작복작하고 시끄러운 사율리타를 떠나 더 깊숙이 더 작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Punta de Mita, 유명한 서핑 스팟 La Lancha 근처에 있는 정말 작은 동네다. 배낭을 메고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마치 체력테스트 같은 느낌이었다. 땡볕에 돌길을 걸어 걸어 이미 먹통이 된 핸드폰을 붙잡고 숙소를 찾아갔다. 불편하다, 이 마을. 바닥은 돌길이라 발을 삐기가 일쑤고, 샤워기도 없어 머리 감기와 샤워를 동시에 해야 한다. 물은 사서 마셔야 하고 식당이 정말 없다. 거리 곳곳에는 개발 중인 혹은 개발되지 않은 부지가 많았고,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게 이 마을의 첫인상이었다.


짐을 두고 마을을 둘러보기로 했다. 길거리에 그냥 닭과 병아리들이 돌아다닌다. 신기하다. 그때 풍기는 냄새, 치킨이다! 구운 치킨 냄새. 음, 냄새가 너무 좋다.

Cuanto cuesta? 얼마예요?

Cien sesenta. 160페소.

Volvere aqui porque no tengo efective. 지금 현금이 없어서 다시 올게.


치킨을 먹기 위해 현금을 뽑으러 ATM기를 찾아다녔다. 아, 여기도 에러다. 산 유심도 먹통이 돼서 간신히 다른 ATM기를 찾아 돈을 뽑았다. 오는 길에 우연히 해안가를 마주했는데 홀린 듯 작은 문을 통해 해안가로 걸어 내려갔다. 한적해 보이는 얕은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였다.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때 눈에 들어온 서핑보드 하나.

여기서 서핑할 수 있어요?

응, 이거 내 아들 건데. 저기서 서핑해.

와, 멋지다. 감사해요!


이 마을에 대한 콩깍지가 한 꺼풀 씌워지는 순간이었다.








이 작은 마을 골목골목에는 하루 종일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집집마다 손맛이 좋은 곳에서 저녁마다 타코 집을 운영하는 듯하다. 나는 굳이 맛집을 찾아다니지 않고서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면 자연스럽게 타코를 먹기 시작했다.

Esta bien?

Dos tacos!

Muy rico, Gracias!


타코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어느샌가 좋아한다고 대답하게 됐다. 타코를 잘 먹으니 너는 이미 Mexicana(멕시코 여자)라는 아저씨, 타코 맛있다니까 언제 또 올 거야? 내일? 응, 내일 다시 올게! 대답을 받아내고야 마는 아저씨, 어디서 왔어? 멕시코에 온 걸 환영해! 반갑게 맞아주는 모든 사람들. 참 재미있다. 길을 가다가 눈만 마주쳐도 웃으며 Hola! 인사를 한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타코를 먹거나 서핑을 하거나. 나는 타코를 먹고 서핑을 한다. 그래서 타코를 먹으러 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떤다. 사실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주문하면 타코가 정말 늦게 나오거든.


이 마을에는 그만큼 서퍼도 많다. 서핑을 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무는 서퍼들도 있고 여기에 사는 로컬들도 서핑을 즐긴다. 이곳은 리프가 많은 지형이라 물이 찰 때(high tide) 서핑하는 게 좋다. 안전하게. 낮에 봤을 땐 바다 너머에 있는 게 구름 층인 줄 알았는데 해가 질 때 보니 산이었다. 와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 예쁘다. 6시 반, 이 시간대의 바다 색은 다채로워진다.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하늘색, 하얀색, 주황색. 바다색.


패들을 더 하면 잡는 건데 계속 놓친다. 으, 정말 안 잡히네. 힘들어! 나 왜 못하지! 불쑥 화가 났다. 혼자 그렇게 씩씩대다가 주변의 서퍼들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다. 비싼 튜브를 타고 노니 즐겁다, 실없는 농담을 하고 나니 화도 가라앉는다.



아,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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