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게만 불이 나지 않는다
지금은 불조심해야 할 때
어제, 아이들은 출근을 하고 아내마저 출사를 나가서 집안에는 고요와 적막이 가득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천장에 달린 스피커가 시끄러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화재 예방에 대하여 안내 방송을 했다.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몇 번이나 생각이 들었는데도 방송은 계속되었다. 주민들을 유치원생으로 생각하나. 다 알아서 불조심할 텐데 걱정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예전 회사에 다닐 때 여름이면 모자라는 에어컨 바람을 선풍기로 보충했다. 퇴근을 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야근한다고 회사에 남은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큰일 날 뻔했습니다. 팀장님 선풍기에서 불이 나려고 해서 급하게 껐습니다." 아찔했다. 퇴근하면서 선풍기 전원을 꺼지 않았나 보다. 더운 날 열 시간 넘게 선풍기가 일을 하다 보니 모터가 과열되었을 걸로 짐작이 되었다. 한동안 퇴근할 때면 전원 플러그를 모조리 빼버렸던 기억이 난다.
어젯밤이었다. 곤하게 자고 있는데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꿈인가 싶어 다시 잠을 청하는데 플라스틱 타는 냄새가 가까이에서 났다.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보니 전기장판에서 불이 났다. 전기장판 전원 결합부가 치지직 소리와 검은 연기를 내면서 타고 있었다.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뽑고 불을 껐다.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여는데 손이 떨렸다. 아주 깊은 잠에 빠져서 타는 냄새를 못 맡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사람이 없을 때 전기장판에서 불이 났으면 또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파트 관리소장의 말은 잔소리가 아니었다. 불조심은 누누이 강조해도 모자란다. 난방철 전기온열기제품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화재는 내 이웃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불조심!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