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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Dec 19. 2024

Something New

젊은 아들에게 부탁하는 법

  "만족도 100점이었던 여행지에 다시 갈래?" 아니면 "아무런 정보도 없는 낯선 곳으로 갈래?"라고 묻는다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나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보다 낯선 곳이 주는 설렘을 더 좋아한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 일상에서도 일부로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하루에 하나만이라도, 아주 사소하더라도, 어제까지와 다른 뭔가를 해 보려고 한다. 


  늦잠과 한파 때문에 외출하기 싫은 날, 클래식 공연장에 갔을 때였다. 해설을 맡은 이가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라 흥미로웠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훌륭했다. 앙코르 곡인 비제의 파란돌은 처음 들었는데 너무 신이 났다. 좋은 곡을 알게 되었다. '뭔가 다름'의 연속이었다.


  공연이 끝났다. 아침을 못 먹어 허기가 심했다. 공연장과 가까운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겠다고 아내에게 연락을 했다. 아내는 "외출 중이지만 금방 귀가한다. 아들에게 전기밥솥을 켜달라고 했다. 제육볶음을 맛있게 해 놓았으니 같이 먹자"고 했다. 차를 급하게 몰고 집에 오니 아내는 점심 상을 마악 차리고 있었다. 그런데 밥이 안 보였다. 전기밥솥을 열었다. 하얀 생쌀이 물속에 잠겨 있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은 아들은 전기밥솥의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기만 하고 취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아내는 "밥솥에 전원을 넣고 취사 버튼을 눌러!"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부탁을 할 때는(특히 남자에게)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오늘은 Something New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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