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은 언제나 즐거워
아내와 나는 야식을 좋아한다. 가볍게 과자를 자주 먹지만 치킨이나 족발에 술을 곁들여 먹기도 했다. 밤늦게 귀가를 하면 카톡으로 "뭐 먹고 싶은 거 없나요?"라고 묻는 게 예의처럼 되었다. 그러다가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점차 야식을 멀리하게 되었다.
예전에 혼자 밤늦게 운동을 했다. 한 시간 훨씬 넘게 걸었는데 걷고 나니 속이 출출했다. 오랜만에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샀다. '오징어 땅콩',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해서 좋아하는 과자이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걷고 나서 야식을 먹는 게 꺼림칙했다. 아내랑 같이 먹으면 죄의식이 덜할 것 같았다.
아내에게 과자 먹고 싶냐고 연락을 했다. 의외로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사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났다. 과일 이름이 들어갔는데 영 떠오르질 않았다. 과자 코너를 처음부터 끝까지 뒤져보았다. 한참 후에 배가 불룩한 노오란 봉지가 눈에 띄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과자 '바나나킥'이었다. 집에 가서 혼자 과자를 먹으니 자기 것은 안 사 왔냐고 물었다. 그럴 줄 알았다. 현관문에 두고 온 과자를 건네니 배시시 웃는다.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내 이름 뒤에 '바나나킥'이라고 적었다. 아내는 그때부터 바나나킥 여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