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새벽, 짜증이 가득 담긴 날카로운 목소리가 병실에 울렸다.
"아이씨, 왜 퇴원하라고 그래"
건너편 침대의 70대 기흉 환자이다. 그는 지난 7월에 이어서 두 번째 입원을 했다. 아마도 본인 몸이 여전히 아픈데 병원에서 야속하게 퇴원하라고 그러니 잠 못 자고 뒤척이다 무심코 내뱉었나 보다.
그는 혼자 투병 중이다. 보호자도 없고 요양보호사도 없다. 찾아오는 이도 없다. 이북 출신 아버지의 유언이 "북한 여성과 결혼해라"라는 말에 결혼도 못 하고 혼자 살아왔다. 제대로 챙겨 먹지도 않고 흡연, 폭음, 도박 등으로 몸을 망쳤다. 택시 기사인 그는 지난여름, 운전 중 급격한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 보호자가 없으니 수술이 불가능했다. 어찌어찌해서 심장과 흉부 수술을 했고 이번에 흉부 수술 부위가 재발하여 입원했다.
며칠 전 그 환자가 엘리베이터 벤치에 앉아 있는데 말을 걸어왔다. 담당 교수는 달랐지만 수술 부위가 비슷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장황하게 자기 얘기를 했다. 홀로 투병 중인 자신과 달리 아내가 간병해 주는 모습이 부러웠다고 했다. 맞다. 이번에 아프면서 아내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어제 그 환자는 내 침대로 퇴원 인사를 왔다.
"나중에 입원했는데 먼저 퇴원해서 미안합니다."
환자복 입은 모습만 보다가 사복을 입은 그를 보고 놀랐다. 키도 훤칠하고 몸매도 멋졌다. 환자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오늘 새벽에 왜 그러셨냐고 하니 "너무 아파서 자기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라고 한다. 좀 더 병원에 입원하시라고 했더니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게 없으니 퇴원하라"라고 했다고 한다. 마지막 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그의 등 뒤에서 쓸쓸함이 묻어 나왔다. 다신 입원하지 않고 건강하기를 속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