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가벼운 나는 비밀이 없다. 비자금으로 모은 돈을 술김에 아내에게 털어놓을 정도였다. 그다음 날 3년 동안 몰래 모은 거금을 아내의 통장으로 이체하면서 깃털처럼 가벼운 입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비자금 자진 폭로는 5년 뒤에 한 번 더 있었으니 나도 참 한심한 인생이다.
최근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모임을 같이 하는 A에게 살짝 얘기를 했다. 아차! 말하고 나서는 바로 후회가 되었다. 남들한테 말하면 안 돼,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은 남들에게 다 말해도 좋아라는 뜻과 같은 것인데... A의 신의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며칠이 지나고 같은 모임에 있는 B를 만났다. A로부터 나의 고민에 대해서 들었다며 친절하게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 친절은 내게 필요 없었다. 내가 창피할 일도 잘못한 일도 아닌데 부끄러웠다. 내 고민이 모두에게 알려질까 고민 하나가 더 생겼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모두 내 잘못이다.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면 비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A가 싫어졌다. 그런데 이건 절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