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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잃어버린 연주회 티켓

고정관념과 건망증

by 이래춘

아침부터 추적추적 겨울비 내리는 날, 예술의 전당에 클래식 공연 보러 갔다. 11시 공연인데 여유 있게 도착했다. 티켓부스에 가서 예매표를 찾으려 하니, 출력할 티켓이 없다고 한다. 몇 년간 예술의 전당에 공연 보러 왔지만 처음 겪는 황당한 일이었다. 분명 난 티켓을 예매했는데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난 명색이 예술의 전당 골드회원인데 대우는 못 해 주더라도 이렇게 홀대하나 싶었다.

휴대폰 화면에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서 예매한 내용을 띄워서 당당하게 데스크에 건넸다. 한참을 전산으로 찾아보더니 자택에서 티켓을 수령해서 출력할 티켓이 없다고 했다. 수작업으로 티켓을 만들어 줄 테니 10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한 달 전에 집에서 티켓을 배달받고 잃어버릴까 봐 책상 전면에 잘 보이게 딱 붙여 놓았는데 집에서 나올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온 거였다. 잠시 후에 티켓을 건네받으며 미안해서 캔디 두 알을 건넸다. 공연 중 졸까 봐 수면 방지용으로 준비한 사탕이었다.

고정관념이 무서운 거였다. 항상 '현장 수령' 조건으로 티켓을 예매해 왔으니 이번에도 티켓은 집에 두고 빈손으로 나섰던 거였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지도 앱에 목적지를 설정해 둔다. 그러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필요한 교통 정보를 사전에 안내해 준다. 내릴 정거장을 놓칠 염려가 없게 된다. 지인을 만나기로 해서 지하철을 탔다. 10분도 안 걸리는 짧은 거리라 지도 앱에 목적지 역을 입력하지 않았다. 그리곤 버릇처럼 휴대폰을 꺼내서 인터넷을 이리저리 검색했다. 휴대폰을 보면서 내릴 때가 되면 휴대폰에서 알아서 알려줄 거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인터넷 세상에 빠졌다. 문득 이상해서 정차한 역을 보니 한참이나 지났다. 지도 앱에 입력하지 않을 걸 깜빡했다.

고정관념일 수도 있고 건망증일 수도 있다.
그 순간에는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지나면 글감이 되기도 하니 좋은 일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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