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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행복한 실패

청평자연휴양림으로 초대

by 이래춘

우리 부부는 여행을 좋아한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다니자는 생각이다. 전국의 웬만한 관광지는 거의 다녀왔다. 해외도 동유럽과 북유럽은 다녀왔고 작년 봄에는 이탈리아를 근 보름 동안 같이 여행했다. 대부분 부부가 같이 가지만, 각자 모임이나 친구끼리 따로 다니기도 한다.

새해에 혼자 열흘살기로 영월에 가기로 했다. 구민이 저렴하게 이용하도록 구청에서 휴양 시설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몇 번 다녀와서 마음이 편한 곳이다. 내 일정을 본 아내가 글 쓰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곳보다 낯선 곳이 더 좋다며 휴양림 중에서 안 가본 곳을 가보라고 했다. 인제 용대자연휴양림과 청평 자연휴양림으로 급하게 숙소를 바꾸었다.

인제에서 일주일 있다가 청평 자연휴양림으로 어제 왔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시설이 너무 훌륭했다. 인제는 외풍이 심해 고생했는데 청평은 온돌방처럼 따스하다. 거실의 층고도 높고 다락방도 있다. 휴양림 안에 카페까지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북한강의 전망이 우수하다. 어제 내린 눈으로 설경이 자못 훌륭하다. 아내가 생각났다. 혼자 여행의 재미를 즐길까 아내를 부를까 고민을 했다.

오늘 아내에게 카톡을 했다. 휴양림이 너무 좋아 혼자 있기 아깝다,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올 수 있으니 시간이 되면 오라고 했다. 아내 왈 "안 그래도 내일 갈 거야, 몰래 가서 깜짝 놀래키려 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심전심이란 말을 했다. 아내의 깜짝 이벤트는 실패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행복 한 줌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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