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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그녀, 멋있다

by 이래춘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마주치는 그녀, 언제부터 살이 확 빠지고 날씬해졌다. 깜짝 놀라서 운동하냐고 물으니, 서울숲과 한강을 매일 걷는다고 했다. 야식도 안 하고 식사량도 대폭 줄였다고 했다. 무슨 이유로 다이어트를 했는지 모르지만 푸근한 아줌마에서 늘씬한 아가씨 몸이 되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 자신에 찬 말투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서 자신 있어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린다. 카페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녀를 만났다. 음식물 쓰레기와 우산을 들고 있었다.

"비가 와서 오늘은 운동을 못 하겠네요?"
"아뇨, 군마트까지 걸어 갈려구요"
"군 마트가 뭐예요? PX?"
"네, 아들이 군무원이라 이촌에 있는 PX 가서 장 보려고요."
"이촌동까지 걸어간다고요?"
"예, 1시간 40분이면 가는데요"

왕복으로 3시간 넘는 거리를, 빗속에서 도보로 갔다 온다고 한다. 운동이 습관이 된 그녀에게 추위와 비바람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웃으면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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