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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OO 아빠는 어디 있어?

다이어트 성공기

by 이래춘

아내는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 나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지만 아내는 DSLR로 촬영을 한다. 사진작가처럼 보여 멋있다. 아내는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사진교육도 오래 받았다. 지금은 사진 동호회에 가입을 해서 전국으로 출사를 나간다. 아주 가끔 해외로도 간다. 아내는 사진 촬영에 열심이고 나는 글쓰기, 전시회나 공연 관람을 즐긴다. 같이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취미가 부부생활에 도움이 된다.

지난여름에 아내와 공주로 여행을 갔다. 촬영 포인트가 많아 엘사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진동호회 회원 한 명도 같이 가기로 했다. 둘은 고향 친구보다 더 친하다. 나도 몇 번 봤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같이 가녀린 몸에 나긋나긋한 말투,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씨가 고운 여인이었다. 아내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아내와 친구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어 보인다.

꾸준히 운동을 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아내가 바지를 줄였는데도 헐렁했다. 출발지인 강남역에 갔다. 우리 부부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잠시 후 일행들이 하나씩 보였고 엘사도 도착했다. 벤치에 앉아 있다가 아내가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나는 일어나서 가볍게 목례를 했다. 둘이 내 곁에 앉았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다가 엘사가 아내에게 묻는다.
"그런데, OO 아빠는 어딨어?"

목례까지 했고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내도 놀란 눈치였다. 옆에 앉아 있는 나를 가리키며 여기 있다고 알려주니 엘사가 미안한 표정으로 살이 많이 빠져서 몰라봤다고 했다.

아내와 친자매처럼 친한 사람이 몰라봐서 아쉬움도 들었지만 다이어트에 들인 노력과 정성을 인정받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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