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아내가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된다고 했다. 배를 만져보니 땅땅했다. 음식 섭취를 줄이고 소화제를 먹는데도 배가 꺼지질 않았다. 나는 일부러 매일 만 보이상을 걷는데 집안일을 하는 아내는 걷기가 쉽지 않다. 내일은 오후에 서울숲을 같이 걷기로 했다.
점심을 먹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내는 비가 오니 나가기 싫다고 했다. 현관문만 나서면 어디든 갈 수 있는데 현관문까지 멀다. 세상에서 제일 먼 곳이 현관이다. 억지로 아내 등을 밀다시피 해서 집을 나섰다. 우산을 쓰고 서울숲을 같이 걸었다. 아내는 밖에 나오니 좋다며 신이 났다. 힘차게 걸었다. 같이 걸을 때는 아내의 걸음 속도에 맞추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소화 촉진을 위해 오늘은 말을 줄이고 빨리 걸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앵무새 한 마리가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다른 앵무새는 잔디밭을 훨훨 날다가 주인 어깨 위에 내려앉곤 했다. "딸기야, 내려와. 딸기야, 내려와. " 나무 위에 있는 앵무새의 이름이 딸기인가 보다. 새 주인은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다 작은 돌을 나무를 향해 던졌다. 몇 번이나 돌을 던져도 딸기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레이저 빔을 쏘기도 하고 긴 작대기로 나뭇가지를 툭툭 쳐도 딸기는 요지부동이다. 주인이 딸기를 서운하게 했는지 아니면 창공을 훨훨 나는 원시의 자유를 꿈꾸는지 나무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딱히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상황도 변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플라스틱 소총을 들고 가는 이를 만났다. 소총으로 딸기를 맞춰서 움직이게 하려는 것 같았다. 플라스틱 총알이겠지만에 앵무새가 맞으면 충격이 클 것이다. 걱정이 되었다. 딸기에게 어떤 억울함이 쌓였는지 모르겠지만, 총을 쏘기 전에 딸기가 주인 품에 빨리 안겼으면 좋겠다. 들리지는 않겠지만 속으로 외쳤다. "딸기야, 빨리 내려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