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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누가 개인 줄 모르겠네

폭음은 집안망신의 지름길

by 이래춘

글쓰기 수업은 3개월마다 학기가 끝나고, 마지막 수업하는 날 시간이 되는 문우끼리 모여 간단히 쫑파티를 한다. 대부분 여성 회원이라 가볍게 치킨과 맥주를 먹고 끝낸다. 비용은 각자 계산을 한다.

학기가 끝나고 여느 때처럼 치킨과 맥주를 들며 쫑파티를 했다. 한 학기를 뒤돌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에 등단한 어느 문우가 비싼 고량주를 테이블에 올렸다. 자기 글을 날카롭게 합평해 주어 등단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에 선물로 들어온 술을 가져왔다고 했다. 일행들에게 한 잔씩 술을 따라 주었다. 알코올 도수 50도, 워낙 독주라 남자 회원들만 서너 잔 마셨다. 그런데 A 문우가 유독 술을 급하게 마셨다. 유명하고 비싸서 마시기 힘든 술이라 욕심이 난 것일까, 실수할까 봐 자제를 시켜도 연신 술을 따라 마셨다.

술에 취해 기분이 좋은 A 문우가 자기가 계산할 테니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일정이라 대부분 문우들은 떠나고 몇 명이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 간 A 문우는 취기가 올랐는지 여성 문우들에게 춤을 추자며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했다. 말려도 안 되었다. 정신이 들게 하기 위해 밖으로 데려 나왔다. 계단을 같이 올라가다가 A 문우가 쓰려졌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취해 있었다. ​

쓰러진 그는 정신을 잃고 횡설수설했다. 계단에다 실수까지 했다. 오물이 그에 옷에 묻기까지 했다. 택시를 태워 주려고 집이 어딘지 물어도 대답을 안 하고 엉뚱한 말만 했다. 그의 집에 연락하려고 옷을 뒤져도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다.

경찰서에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아쉽지만 도와줄 수가 없다고 했다. 성년이고 일행이 있는 주취객을 도와주는 규정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데 만약 출동하다가 더 큰 사건을 처리 못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지나가는 사람인데 술 취한 사람이 정신을 잃고 계단에 쓰러져 있다고 했다. 신고를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렸다. 소방차가 왔다. 그리고 경찰차도 한참 후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아내와 아들인듯한 사람들이 A 문우를 부축해서 끌고 갔다. 제대로 걷지 못하니 아내는 A 문우의 등을 몇 번이나 때렸다.

소방관들은 A 문우로부터 이름이나 집 주소를 듣지 못했을 것이고,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서 출동한 경찰이 지문으로 A 문우의 신분을 확인하고 통신사를 통해 아내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지 않았을까 추측이 되었다. 어쨌든 A 문우가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서 다행이었다.

글쓰기 수업하려 갈 때면 그 노래방을 지나간다. 건물 이층에는 애견미용학원이 있다. 그날도 아가씨들이 이층에서 많이 내려왔다. 술 취해 계단에 쓰러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며 조심스레 내려왔다. 어느 학원생이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내려오다가 A 문우와 강아지를 번갈아 보며 한 말이 기억난다.

"누가 개인 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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