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어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내는 허투루 옷 입는 걸 싫어한다. 옷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내니 잘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옷을 많이 사거나 비싼 옷을 고집하는 편도 아니다. 그냥 수수하게 입더라도 정성을 들이라고 한다.
외출할 때면 없는 패션 감각을 동원해서 옷을 입어야 하니 곤혹스럽다. 거울 앞에 서서 셀프 점검을 했다. 이만하면 된 것 같았다. 거실에 있는 아내에게 외출 인사를 했다. 아내는 교문에서 학생주임이 복장 검사하듯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캔을 했다. 이발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고 샴푸하고 헤어스프레이도 뿌렸으니 두발 검사는 합격. 상의와 하의의 색깔 매치를 따져 보다가 조금 아쉬운 표정인데도 합격이라고 해준다.
아내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 생각대로 입고 나갈 수도 있다. 약속시간이 급할 때는 아내에게 외출 결재를 받지 않고 나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의 지적이 대부분 옳아 가급적 아내 의견에 따른다. 내가 봐도 형편없이 옷 입는 사람이 있다. 무채색으로 칙칙하게 입거나, 강렬한 원색으로 깔 맞춤한 옷을 입은 이를 보면, 일부러 챙겨주는 아내가 이쁘고 고맙다.
나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아내의 관심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