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용서를 빕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실수

by 이래춘

같이 일했던 A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바른 인생관을 가졌고 성실하게 사는 젊은이다. 그를 생각만 해도 열정 바이러스가 샘솟는다. 예전에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A에게 상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사와 친한 사이인지 반가워하며 합석하고 싶어 했다.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 흔쾌히 동의를 했다. A의 상사, B는 근처에 있었는지 금방 도착했다.

술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지만, 안 해도 될 말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술이 취했는지 괜히 B에게 섭섭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예전에 B는 내가 부탁한 업무처리를 단호히 거부했다. 오래된 친분이 있어 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B가 도와주지 않아 어렵게 해결했다. 그때부터 겉으로 표시를 하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를 멀리했다.​

내 얘기를 묵묵히 듣고 있던 B는 자기도 내가 서운하게 했던 걸 얘기하겠다고 했다. 중간에 낀 A가 어쩔 줄 몰라했지만 나는 내 잘못을 듣고 싶었다. B가 몇 가지 서운했던 걸 이야기하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두 개는 당시 B가 많이 상처받았을 법한 내용이었다. 술이 확 깼다. 적어도 B에게 나는 참 나쁜 놈이었다. 그럼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실수로, 상처받았던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날 이후로 기도할 일이 있으면 이 말을 꼭 먼저 한다.
"살면서 제게 상처받은 모든 분께 용서를 빕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