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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앰뷸런스, 내가 탈 수도 있다.

구급차에게 길 양보, 내 생명을 지키는 일

by 이래춘

병원 진료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가고 있었다. 비상등을 깜빡이며 요란한 경고음을 내면서 앰뷸런스가 지나가고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구급차에게 길을 양보해 주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동료와 거래처를 방문하는 길이었다.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과속으로 달리던 화물차가 승용차를 추돌했다. 승용차에는 부부와 남자 어린이가 타고 있었는데 사고의 충격으로 어린아이가 창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부모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마도 어린아이만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걸로 추정되었다. 우리는 비상등을 켜고 112와 119에 신고를 했다. 어린이의 머리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상태라 119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부모에게 어느 병원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말을 하고 비상등을 켠 채 병원으로 달렸다.

어린이와 내가 뒷자리에 탔다. 피 흘리며 의식이 없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제발 병원까지만 살아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지금은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응급차에게 길을 양보해 주지만 그때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차는 앰뷸런스도 아니어서 운전자들이 우리 차에 긴급환자가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창을 열고, "교통사고로 아이가 다쳤어요. 길을 양보해 주세요"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찌해서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실에 아이를 인계했다. 자초지종을 의사에게 얘기를 하고 부모가 도착하면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오후 늦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이의 아빠였다. 담담한 목소리로 아이는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슬픔이 전해져 왔다. 얼마나 허망하고 원통할까. 조금 더 빨리 병원에 도착할걸,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 이후로 구급차가 뒤에 보이면 재빨리 길을 터준다. 아까 지나간 구급차에 실린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는 없으나, 빨리 병원에 도착하여 필요한 치료를 빨리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빨리 쾌차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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